“또박또박 읽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대요.”
“단어는 아는데 말하면 못 알아들어요.”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수업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발음이 정확한데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글자는 다 맞게 소리 냈는데 전달이 안 됩니다.
이럴 때 문제는 발음이 아니라 끊는 자리입니다.
한 덩어리로 읽으면 다른 단어가 됩니다
“고밀도”를 평평하게 한 덩어리로 읽으면 듣는 사람 머릿속에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고밀도’ 이러면, ‘고밀’이란 단어가 있나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한국어에는 앞에 붙어서 뜻을 더하는 한자가 아주 많습니다. 저(低)·고(高)·신(新) 같은 것들입니다. 이 글자들은 단어가 아니라 수식어입니다.
그래서 “고 / 밀도”처럼 음을 나눠 주면, 듣는 사람이 바로 압니다. “아, 밀도가 단어고 고가 다른 의미를 얹고 있구나.”
억양은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억양을 “한국인처럼 들리게 하는 장식”으로 생각하면 방향이 틀립니다. 억양은 의미를 나누는 신호입니다.
이렇게 끊어주시면 듣는 사람이 훨씬 더 듣기가, 이해하기가 좋아요.
“고혈압”도 마찬가지입니다. 평평하게 밀면 안 됩니다. “고 / 혈압.” 이렇게 해야 혈압이 높다는 뜻이 바로 전달됩니다.
짝으로 묶어 연습하면 끊는 자리가 몸에 붙습니다. 그리고 한자 하나를 알면 단어 열 개가 같이 열립니다.
‘점’은 되는데 ‘장점’은 안 됩니다
또 하나 자주 나오는 문제가 있습니다. 소리 하나는 되는데, 단어 안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경우입니다.
“점”은 발음이 됩니다. 그런데 “장점”이 되면 뒤 글자가 무너집니다. 왜일까요.
‘자’ 해버리면 성대가 풀려서 ‘점’을 다시 긴장을 못 시키고 있어요.
된소리는 성대가 긴장한 상태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앞 글자에서 성대가 이완되면, 뒤에서 다시 잡아야 합니다. 그 전환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소리는 단독으로 연습해도 잘 안 늘어납니다. 이완 → 재긴장 전환 자체를 연습해야 합니다.
연결할 때 발성이 새어 나갑니다
자모를 하나씩 할 때는 괜찮은데 이어 붙이면 소리가 달라지는 것도 같은 계열입니다. 연결 지점에서 발성이 앞으로 빠집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천천히만 하면 안 됩니다. 빨리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빨리 할 수 있게 연습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발성이 바뀌지 않고 소리가 잘 나오거든요.
끊는 자리부터 정하세요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발음을 더 정확히 하기 전에, 이 말이 어디서 끊어지는 말인지부터 정합니다. 그다음 그 자리에 음도를 얹습니다.
긴 문장도 같습니다. 어디서 끊어지는지를 느끼고 읽어야 합니다. 글자를 다 정확하게 내는 것보다, 덩어리를 제대로 나누는 쪽이 전달에는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전 대구MBC 아나운서. 연세대 언어병리학 석사.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