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가 중간에 자꾸 막혀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추임새만 늘어납니다.”
“말끝을 흐리는 버릇이 있어요.”
세 가지 다른 증상 같지만, 원인은 두 개뿐입니다.
말하다 막히는 분들이 공통으로 하는 진단이 있습니다. “어휘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그래서 단어를 외우려 합니다. 그런데 외워도 말은 계속 막힙니다.
실제로 말을 멈추게 하는 건 모르는 단어가 아닙니다. 더 나은 단어를 찾으려는 그 순간입니다.
브레이크를 잡은 채로 액셀을 밟고 있습니다
먼저 소리부터 봅니다. 말이 느리고 답답한 분들 중에는, 소리를 누르면서 내는 습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르면 힘이 들어갑니다. 힘이 들어간 상태로 말을 빨리 하려니 어떻게 될까요? 브레이크를 잡은 상태에서 액셀을 밟는 것과 같습니다. 힘만 잔뜩 들고, 속도는 안 납니다.
말이 안 나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잡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읽을 때만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낭독 녹음으로 잰 문제와 실제 대화에서의 문제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르는 단어가 많은 글,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모르는 문장을 읽으면 누구나 무거워집니다. 그건 말하기 문제가 아니라 그 글을 처음 봐서 생긴 문제입니다.
그래서 자기 문제를 판단할 때는 반드시 두 가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읽을 때도 그런가, 대화할 때도 그런가. 읽을 때만 그렇다면 고쳐야 할 건 말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말끝을 못 맺는 건 발성 문제가 아닙니다
“말끝을 흐린다”는 분들의 상당수는 목소리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입니다. 끝낼 자리가 설계돼 있지 않으니 흐릴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가를 설명할 때는 순서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1번에서 멈춥니다. 보이는 것만 말하고 끝냅니다. 그러면 그건 말이 아니라 잡담이 됩니다. 끝이 안 나는 게 당연합니다.
우리가 누군가 앞에서 말을 시작한 건, 상대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행동하기를 원해서입니다.
그래서 말은 제안으로 닫힙니다. 회의에서 자료를 다 설명했다면 “1번을 더 논의해 볼까요” 또는 “그럼 진행할까요”로 끝냅니다. 말에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마지막에 꺼내면 말이 끝납니다.
시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자료를 보시면”처럼 지금부터 이것에 대해 말하겠다는 신호를 주고 시작하면 듣는 사람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단어를 고르지 말고 돌아가세요
저는 영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영어로 말할 때는 제가 아는 단어 안에서만 조합해서 말합니다.
누군가는 단어 하나로 끝낼 이야기를, 저는 돌고 돌고 돌아서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래도 대화는 됩니다.
대화는 돌고 돌아와도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문제는 돌아가는 게 아니라 멈추는 것입니다. “이걸 뭐라고 하지”, “더 좋은 표현이 있을 텐데” 하고 고르기 시작하는 순간 말이 끊깁니다. 그러니 고르지 말고 일단 아는 말로 꺼내세요.
그리고 하나 더. 나보다 말을 잘하는 사람 앞에서 위축되는 마음이 있습니다. 잘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미안해하는 겁니다. 그 미안함이 발화를 더 줄입니다. 덜 미안해하는 것도 연습입니다.
속도만 올리면 오히려 더 꼬입니다
말이 느린 걸 알고 나면 대부분 속도부터 올립니다. 그런데 그러면 더 엉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말이 느렸던 원인이 생각하느라 그런 것인데, 속도만 균일하게 올리면 생각할 자리가 사라집니다. 급하기만 하고 내용은 더 꼬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눕니다.
빠르게 인출 → 생각 구간 → 빠르게 인출 → 생각 구간.
말할 내용이 정해진 덩어리는 망설임 없이 빠르게 내보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생각할 구간을 남겨둡니다. 전체를 빠르게 하는 게 아니라, 빠른 곳과 쉬는 곳을 만드는 겁니다.
덩어리로 묶어서 말하는 연습을 반복하면 “여기서는 이렇게 쉬면 되는구나”가 몸에 붙습니다. 그때 나오는 게 자연스러움입니다.
말이 자꾸 막힌다면 단어장을 펴기 전에 이것부터 확인해 보세요. 나는 지금 단어를 고르느라 멈추고 있는가, 아니면 쉴 자리가 없어서 꼬이고 있는가.
전 대구MBC 아나운서. 연세대 언어병리학 석사.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