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때 광대랑 목 뒤쪽이 경직됩니다.”
“대화가 길어지면 두통이 올 정도로 힘이 들어가요.”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제 목소리가 앵앵거립니다.”
— 말하는 데 몸이 아프다고 느끼는 분들이 하는 말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목에 통증이 있거나, 쉰 목소리가 2주 넘게 이어지거나, 말할 때 몸이 아플 정도라면 이비인후과 진료가 먼저입니다. 성대 자체의 문제인지 근육 긴장의 문제인지는 들여다봐야 압니다.
근긴장성 발성장애라는 이름이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대 구조는 정상인데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서 소리가 조이는 상태입니다. 진단은 병원의 일이고, 그 뒤에 남는 습관 교정은 언어재활사의 영역입니다.
이 글은 그 뒤 이야기입니다. 수업에서 자주 만나는 패턴이 하나 있어서요.
평소 소리는 멀쩡한데, 상황이 바뀌면 올라갑니다
최근 첫 수업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목소리가 안 높은데,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하다가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서 목소리가 높아져요.” 그리고 덧붙이셨습니다. “광대 쪽이랑 목 뒤쪽이 경직되면서 두통이 올 정도로 힘을 많이 주더라고요.”
수업에서 들은 소리는 좋았습니다. 중저음에서는 울림도 편안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린 첫 말은 “목소리가 확실히 다른데요” 였습니다.
평소 소리에는 증상이 없습니다.
톤이 올라가는 순간에 있습니다.
그래서 통화 녹음을 따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수업 안의 소리만으로는 안 잡히는 증상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앵앵거린다”고 느끼는 그 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봐야 합니다.
본인 상태가 가장 나쁠 때의 녹음을 챙기세요. 전화할 때, 회의할 때, 여러 명과 이야기할 때요. 편한 상태의 녹음만 들으면 “괜찮은데요”로 끝나버립니다.
“앞을 잡고 올라가는” 습관입니다
톤이 올라갈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면, 대개 성대 앞쪽을 잡고 올라갑니다.
소리를 높이려면 뒤쪽이 당겨지면서 공간이 넓어져야 하는데, 앞을 잡으면 그 공간이 안 생깁니다. 그러면 더 힘을 줘야 하고, 그 힘이 목 뒤와 턱, 광대 주변 근육으로 번집니다.
수업에서 제가 반복하는 말이 이것입니다. “요만큼이라도 잡고 올라가지 않게.” 조금만 잡아도 그 위로는 전부 힘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짧은 반응어에서도 바로 보입니다. “네?” 하고 가볍게 되묻는 것과, “네?” 하고 앞을 눌러 되묻는 것은 다른 동작입니다. 하루에 수십 번 하는 말이니 쌓입니다.
힘을 빼는 기준 — 하품은 소리가 아니라 상태입니다
“힘 빼세요”라는 말은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품 발성을 씁니다. 그런데 여기서 거의 모두가 같은 오해를 합니다. 하품 소리를 흉내내려 합니다.
하품 발성은 소리를 내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힘이 풀려 있는 게 목적입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 “내 목에 하나도 힘이 안 들어가면 어떤 소리가 날지 생각하면서 내보세요.”
목표가 소리의 모양이 아니라 상태입니다. 그 상태에서 나오는 소리가 어떤 것이든 그게 기준점입니다.
콧소리는 코로 보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앵앵거린다”는 느낌의 정체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 콧소리로 느낍니다. 그런데 콧소리는 코로 소리를 보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일부러 그 자리에 힘을 줘서 생깁니다. 힘을 주면 공기가 크게 돌아 나가고, 그게 특유의 울림을 만듭니다. 힘을 주지 않으면 그냥 공기가 통과합니다. 나갈 공기는 알아서 나갑니다.
처방은 “코로 안 보내기”가 아니라
“힘 안 주기”입니다.
그리고 ㄴ·ㅁ 같은 비음을 너무 열심히 하면 오히려 콧소리가 됩니다. 정확히 하려는 노력이 반대 결과를 만드는 자리입니다.
입은 천천히 벌립니다 — 그런데 두 모음만
힘이 들어가는 또 다른 자리가 입을 벌리는 속도입니다.
성대가 제대로 울려야 하는데 입을 빨리 벌려버리면 공기가 다 빠져나가 성대가 잘 안 붙습니다. 그러면 소리가 비어서 또 힘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공기를 안에 가둬 두고 천천히 벌립니다. 다만 모든 모음이 아닙니다. 실제로 크게 벌어지는 건 ㅏ와 ㅐ, 둘뿐입니다. 나머지는 그렇게 많이 안 벌어지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두 개만 보세요. 전부를 챙기려 하면 그 자체가 또 긴장이 됩니다.
지시가 역효과를 내는 순간이 있습니다
수업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적겠습니다. 제가 “공기 많이 쓰세요”라고 했는데, 그 다음 소리에 목 힘이 더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바로 거둬들였습니다. “‘공기 많이 쓰라’는 그 피드백이 지금 목에 힘을 주게 했거든요. 그냥 힘 풀고 가겠습니다. 소리만 기억하세요.”
“많이”가 “세게”로 번역된 것입니다. 과긴장이 있는 분들에게는 거의 모든 지시가 이렇게 번역될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힘줘서”가 되고, “크게”는 “조여서”가 됩니다.
혼자 연습하실 때도 같습니다. 어떤 지시를 따랐더니 목이 더 힘들어졌다면, 그 지시를 잘못 번역한 것입니다. 그 지시를 버리고 “소리만 기억하기”로 돌아가세요.
같은 증상, 다른 원인
“말하면 목이 조이고 몸이 아프다”는 같은 말에 원인이 갈립니다.
① 톤이 올라갈 때만 앞을 잡는 경우 — 평소 소리는 멀쩡합니다. 상황별 녹음으로 확인합니다.
② 지시를 “세게”로 번역한 경우 — 연습하면 더 아픕니다. 지시를 버려야 합니다.
③ 입을 빨리 벌려 공기가 새는 경우 — 소리가 비어서 또 힘을 줍니다.
④ 성대·근육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 — 통증·쉰 목소리가 지속됩니다.
①②③은 습관이고 ④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그리고 넷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구조 문제가 있어도 그 위에 보상 습관이 얹히고, 반대로 습관만으로도 통증이 옵니다. 순서는 진료 → 습관 교정입니다. 거꾸로 하면 오래 걸립니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 분의 기록
허밍조차 되지 않던 분이 있었습니다. 소리를 내기 전부터 이미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단어 하나를 말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소리가 나기 위한 몸의 준비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힘을 빼는 법, 공기를 흘려보내는 법, 성대가 부딪히지 않게 두는 법이요. 단어 하나도 힘들던 분이 문장을 말하게 되기까지의 기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병원에서 “성대는 깨끗하다”고 했는데 계속 아픕니다.
성대 자체는 정상인데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조가 깨끗하다는 건 “문제가 없다”가 아니라 “구조 문제는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그 뒤는 쓰는 방식의 문제이고, 거기가 음성 재활의 영역입니다. 다만 통증이 심해지거나 양상이 바뀌면 다시 진료를 받으세요.
Q. 목소리 자체를 바꿔야 하는 걸까요?
대개 아닙니다. 제가 1회차에 꼭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 “난 지금 목소리가 좋다. 그건 불변이에요.” 문제는 목소리가 아니라 특정 지점에서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 지점을 손보는 것이고, 전체를 바꾸는 작업이 아닙니다.
Q. 힘을 빼면 소리가 작아지는데요.
중간 단계에서 흔히 지나갑니다. 목에 주던 힘을 놓으면 일시적으로 볼륨이 떨어집니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되고 빠진 힘의 자리를 공기로 채워야 합니다. 다만 “공기를 더”를 “더 세게”로 번역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녹음해서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렇다면 내 경우는 어떨까요
톤이 올라갈 때만 앞을 잡는 것일 수도, 지시를 “세게”로 번역한 것일 수도, 입을 빨리 벌려 공기가 새는 것일 수도, 진료가 먼저인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앞의 셋은 습관이고 마지막 하나는 순서가 다릅니다. 그리고 평소 소리만 들으면 구분이 안 됩니다. 가장 힘들 때의 녹음이 있어야 갈립니다.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