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말하려면 아무것도 안 떠올라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시작은 하는데 마무리가 안 됩니다.”
말이 안 나오는 건 용기가 아니라 재료의 문제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할 일이 생기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나는 말주변이 없다”고 결론 내립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릅니다. 꺼낼 재료가 없어서 시작이 안 되는 것입니다. 재료를 만드는 순서가 있습니다.
단어 하나에서 메시지까지, 네 단계
“바다”라는 단어로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처음부터 “무슨 교훈을 줄까”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안 떠오르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교훈은 마지막에 저절로 나옵니다.
내가 방금 뱉은 말 중에 다음 문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 있습니다. 확장 단어를 알아채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빵”으로 시작했다고 합시다. 빵 이야기만 하다 끝나면 그건 연설이 아닙니다. 그런데 말하다 보면 “간편함”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 순간 알아채야 합니다.
“간편함”을 내 입으로 꺼냈다면, 아 이게 확장 단어구나 하고 느껴야 합니다.
간편함 → 복잡하지 않은 것의 편리함 → 일의 효율 → “빵 같은 간편함으로 오늘 하루의 효율을 높이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닫힙니다.
새로 생각해내는 게 아닙니다. 이미 내가 한 말에서 집어 올리는 것입니다.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환경”이라는 단어에서 나올 주제를 떠올려 보세요. 조심하자, 신경 쓰자…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하는 말의 결론은 거의 몇 가지 안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특이한 걸 말하려다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과 같은 결론이어도 괜찮습니다. 내 경험을 거쳐 나온 결론은 다른 말이 됩니다.
질문으로 시작하세요
시작이 막힐 때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듣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토끼 하면 어떤 게 먼저 떠오르세요?” 이렇게 물어놓고, 스스로 답합니다. “하얀 털, 씰룩거리는 코… 그런데 저는 사실 다른 게 떠오릅니다.”
질문 하나가 두 가지 일을 합니다. 듣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나에게는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공감이 없으면 혼자 말하고 끝납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말하기의 목적은 정보 전달이 아닙니다. 듣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상대가 공감하지 못하면, 그건 그냥 나 혼자 이야기하고 끝나는 겁니다.
그래서 경험담이 강합니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면 내 감정이 먼저 잡힙니다. 감정이 잡히면 표현이 살고, 듣는 사람도 그 감정을 따라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하다 울컥해서 잠시 멈추거나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걸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그 순간에 듣는 사람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전부 알아차립니다.
그렇게 마음이 열리면, 그 뒤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도 훅 들어가서 꽂힙니다. 매끄러움보다 공감이 먼저입니다.
마무리가 제일 어렵습니다
끝까지 잘 오다가 마지막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는 순발력이 필요한 구간이라 미리 형태를 익혀두는 게 좋습니다.
“이러한 ○○으로 여러분도 ○○한 하루를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틀 하나만 있어도 닫힙니다. 그리고 도입은 짧게 — 떠올린 이미지에서 바로 그 얘기를 왜 꺼냈는지로 들어가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즉석에서 이걸 다 하기엔 시간이 없지 않나요?
평소에 연습해 두면 빨라집니다. 아무 단어나 하나 정해서 펼치고, 하나 고르고, 경험을 붙이고, 메시지로 닫는 연습을 반복하면 그 경로가 익숙해집니다. 실전에서는 몇 초 안에 지나갑니다.
Q. 특별한 경험이 없는데 어떡하죠?
대단한 사건일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누구나 겪는 일이 공감이 큽니다. 중요한 건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입니다.
Q. 말하다 감정이 올라와 멈추면 이상해 보이지 않나요?
듣는 쪽에서는 그 순간이 가장 진하게 전달됩니다. 매끄럽게 넘기는 것보다 훨씬 오래 남습니다. 억지로 감정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올라온 감정을 감추려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이러서라(ERUSEORA) 대표.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전 대구MBC 아나운서. 발음·발성·비유창성을 임상적으로 교정하며,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저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