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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자꾸 끊긴다면 순서를 정해두지 않아서입니다

“말하다 보면 중간에 자꾸 끊겨요.”

“전달하고 싶은 걸 제대로 전달을 못하겠어요.”

“제 말이 지루하게 들리는 것 같아요.”

— 수업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말을 하다 보면 중간에 자꾸 끊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생각하고 말하려다 보니 문장이 멈추고, 듣는 쪽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이럴 때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어휘력이 부족해서.” 그런데 원인이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이 너무 많습니다

말할 수 있는 폭이 0부터 100까지 있다고 해봅시다. 폭이 넓으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꺼낼 때마다 고를 게 너무 많아집니다.

단어를 꺼낼 때 생각해야 되는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것 때문에 말이 인출이 느려지는 거예요.

그래서 처방이 확장이 아니라 축소입니다. 쉬운 말, 쉬운 구성. 그리고 정해진 로직대로 흘러가면 된다는 법칙을 미리 정해 두는 것입니다.

순서를 네 단계로 고정하세요

무엇을 보고 말하든 순서는 같습니다.

  1. 1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 — “아이가 잔디밭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2. 2보이는 세부 — “공은 파란색이고요.”
  3. 3내가 느끼는 것 — “재미있어하는 것 같습니다.”
  4. 4나·너와 연결 — “제 어린 시절이 떠오르네요.”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부터 보이지 않는 것 순으로. 이 순서만 지키면 세 문장으로도 충분히 말이 됩니다.

이게 전부 나와는 상관없는 거잖아요. 그걸 나와 상관 있는 걸로 바꿔 줘야 돼요.

“빨리 끝내야지”가 말을 막습니다

말이 안 나오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끝낼 생각부터 하는 것입니다.

시작을 안 했는데 절대 끝낼 수가 없어요.

“빨리 대충하고 내려와야지” 하고 올라가면 말이 안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머릿속이 이미 마무리에 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마음은 문장 자체를 바꿉니다. 해치우려고 할수록 문장이 짧아지고, 단조로워지고, 재미없어집니다.

자신감이 없으면 머리가 멈춥니다

자신감을 태도 문제로만 보기 쉬운데, 실제로는 사고의 조건입니다.

내가 자신감이 없으면 사고를 안 해요, 머리가. 그냥 빨리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순서를 정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이 순서대로 하면 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회피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말 해도 되나” 고민할수록 말이 어려워집니다. 멈칫하기 전에 먼저 꺼내보는 연습이 먼저입니다. 해도 되는 말과 안 되는 말의 감각은 그다음에 생깁니다.

발표와 대화는 같은 틀입니다

“가족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습니다”로 시작하면 발표가 됩니다. “이 사진 보니까”로 시작하면 대화가 됩니다.

마무리를 얼마나 편하게 하느냐에 따라 발표가 되기도 하고 대화가 되기도 하고, 전반적인 틀은 똑같아요.

배워야 할 게 두 개가 아니라 하나라는 뜻입니다. 틀 하나를 익혀두고 끝맺음의 격식만 조절하면 됩니다.

나를 바꿔가며 말하는 것이 대화입니다

마지막으로 공감입니다. 대화가 안 된다고 느낀다면, 대개 내 패턴 안에 갇혀 있는 것입니다.

상대가 공감을 좋아하면 공감으로, 논리를 좋아하면 논리로. 상대의 리액션을 보면서 내 모드를 바꿔가는 것 — 그게 유연한 대화입니다.

나 혼자 이야기하고 나 혼자 생각하는 건 대화가 아니죠.

내가 먼저 느끼고, 그걸 전달하고, 상대가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순서를 고정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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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언어병리학 석사 · 전 아나운서

전 대구MBC 아나운서. 연세대 언어병리학 석사.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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