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맞나, 저게 맞나 하면서 연습했어요.”
“제가 잘못 연습한 건가 싶기도 하고요.”
“배운 대로 하려니까 오히려 더 이상한 소리가 나요.”
좋은 소리가 안 나오는 게 아니라, 어떤 게 좋은 소리였는지를 잊어버린 겁니다.
연습을 열심히 하는데도 수업 때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성실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한 수강생분과 수업을 하다가 중간에 멈추고 물었습니다. 지난주부터 소리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것 같은데, 본인이 느끼기엔 어떠시냐고요.
“뭔가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하면서 했어요.”
되돌아가는 첫 번째 이유 — 지시를 너무 잘 지켜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인이 바로 나왔습니다. 제가 “소리를 뒤로 보내세요”라고 했더니, 그 말을 지키려고 뒤쪽까지 붙잡고 소리를 낸 겁니다.
원래 잡고 있던 앞쪽은 그대로 둔 채, 뒤쪽을 하나 더 잡은 상태가 됐습니다. 힘을 빼라는 지시를 지키려다 잡는 자리가 하나 늘어난 겁니다.
혼자 연습할 때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지시를 기억하되, 그 지시가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는지를 같이 기억해야 합니다.
되돌아가는 두 번째 이유 — 맞는 소리를 틀렸다고 판단해서
두 번째 원인은 더 자주 봅니다. 제대로 힘이 빠진 소리를 “허스키한 것 아닌가” 하고 오해해서 스스로 되돌리는 경우입니다.
우리가 소리를 낼 때는 숨소리가 어느 정도 섞여 있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오래 긴장한 채 살아온 분들은 그 편안한 상태를 낯설게 느낍니다. 그래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다시 힘을 줍니다.
힘 주니까 흔들리고, 풀었다가 또 힘주니까 흔들리고 — 의심이 흔들림을 만듭니다.
진짜 문제는 “좋은 소리를 안 골라 쓰는 것”
이분은 좋은 소리를 못 내는 게 아닙니다. 분명히 크고 또렷하게 낼 수 있는 소리를 이미 갖고 계십니다. 다만 그걸 “이게 내 좋은 소리다”라고 인지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연습할 땐 좋은 소리가 나왔다가도,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예전 소리를 기준으로 세팅해서 돌아옵니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 일상에서 말할 때까지 다 바꾸라고 하지 않습니다. 오래된 습관은 말할 때 어차피 나옵니다. 다만 연습하는 그 시간만큼은, 내가 좋은 소리를 갖고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숙제란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숙제를 “정해진 횟수를 채우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아닙니다. 숙제는 깨달아 오는 과정입니다.
“혀를 어떻게 했고, 어디를 울렸고, 어떤 느낌으로 했길래 이 소리가 나왔지” — 이걸 알아오는 게 숙제입니다.
좋은 소리가 한 번 나왔다면, 그때 몸이 무엇을 했는지를 붙잡아야 합니다. 그게 다음 주까지 남습니다. 횟수는 남지 않습니다.
기억은 3단계로 만들어집니다
연습을 하루에 몇 번씩 하되, 매번 이 순서로 돌립니다. 잊어버린다는 걸 전제로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잘하는 것부터 넓힙니다
못하는 것부터 메우려 하면 오래 걸립니다. 저는 반대로 갑니다. 이분은 낮은 음보다 높은 음에서 소리가 훨씬 잘 나왔습니다. 그래서 높은 음 쪽부터 확실히 잡습니다.
확실한 한 칸이 생기면, 거기서부터 낮은 음도, 받침도, 어려운 소리도 따라옵니다. 땅따먹기와 같습니다. 먼저 한 칸을 확실히 따는 게 핵심입니다.
연습해도 자꾸 제자리라면, 연습량을 늘리기 전에 물어보세요. 지난번에 좋았던 그 소리가, 지금 기억나십니까?
전 대구MBC 아나운서. 연세대 언어병리학 석사.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