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질문을 뽑아도 끝이 없어요.”
“옆 사람이 잘하면 그 순간 망했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외운 티가 날까 봐 아예 안 외우고 갑니다.”
면접 준비가 안 끝나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준비 대상이 무한하게 설정돼 있어서입니다.
면접을 앞두고 가장 많이 하는 준비가 예상 질문 뽑기입니다. 그런데 뽑을수록 불안이 커집니다. 하나를 채우면 안 뽑은 질문이 또 보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은 무한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기준으로 준비하면 준비는 영원히 안 끝납니다.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면접은 카드입니다
저는 면접 준비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전부 꺼내 놓고 덩어리로 묶습니다. 해본 경험, 배운 것, 오래 이어온 활동, 읽고 생각한 것, 꾸준함을 보여주는 기록, 남을 위해 해본 일.
그렇게 정리하면 대개 대여섯 장이 나옵니다. 이게 내가 가진 카드입니다.
어떤 질문을 받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갖고 있는 걸 그냥 내밀면 됩니다.
질문은 무한하지만 카드는 유한합니다. 준비 대상이 갑자기 손에 잡히는 크기가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면접장에서 나오는 질문은, 결국 이 카드 중 하나를 꺼내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여기에 하나만 더 얹으면 됩니다. 지망 분야에서 요즘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뉴스를 조금 찾아 정리해 두는 것. 이것도 한 장의 카드입니다.
많은 분들이 자기 카드를 카드로 못 봅니다
실제로 정리를 같이 해보면, 본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것이 강한 카드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 이어온 활동, 남을 위해 만들어 본 자료, 실수를 관리하려고 만든 자기만의 방법 같은 것들입니다.
내 안에 있어서 특별해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자기 강점은 원래 자기 눈에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꺼내서 눈으로 봐야 합니다.
경험담은 결과부터 말하면 모래가 됩니다
카드를 정리했다면 다음은 말하는 방식입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이겁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를 잘 마쳤고,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듣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 일이 나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산의 높이를 안 보여주고 정상에 섰다고만 말한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려움을 먼저, 그리고 크게 말하라고 합니다.
약점을 숨기면 이동 거리가 사라집니다. 시작점이 낮아야 올라간 만큼이 보입니다.
실패 경험은 아무거나 꺼내면 안 됩니다
“실패했던 경험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정말 아무 실패나 꺼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기준이 두 개 있습니다.
첫째, 바뀐 낙차가 클 것. 듣고 나서 “괜찮은데?” 소리가 나오는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듣는 사람이 진짜 문제라고 느낄 것은 뺄 것. 솔직함과 자해는 다릅니다.
그래서 먼저 떠오르는 것을 전부 나열한 다음, 이 두 기준으로 고릅니다. 나열하지 않으면 고를 수가 없습니다.
외운 다음에 변형합니다
“외운 티가 날까 봐 안 외운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변형이라는 건, 먼저 완벽하게 해놓은 다음에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문제는 외운 티가 나는 게 아니라, 외우지 않아서 변형할 원본이 없는 것입니다. 원본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만들어야 하고, 긴장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문장은 대개 무너집니다.
완성된 답변을 먼저 만들고, 그걸 외운 다음, 살짝씩 바꿔가며 편안하게 말하는 쪽으로 갑니다. 그러면 외운 티가 아니라 준비된 사람의 여유로 들립니다.
여럿이 함께 보는 면접이라면
혼자 들어가면 말릴 일이 별로 없습니다. 문제는 여러 명이 같이 들어갈 때입니다. 옆 사람이 술술 말하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망했다.”
상대가 잘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망했다고 판단하기 딱 좋은 구조입니다. 그런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평가는 각자 받습니다.
그러니 이것만 붙잡으면 됩니다. 나는 내 것을 한다. 남의 답변에 감탄할 필요도, 위축될 필요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기술보다 먼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 결국은 입 밖으로 낸 횟수
준비를 코칭받든 혼자 하든, 면접장에서 말을 하는 건 본인입니다. 그리고 그날 술술 나오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몇 번 준비했느냐가 아니라, 몇 번 입 밖으로 말해봤느냐입니다.
눈으로 읽은 답변은 내 말이 아닙니다. 소리 내어 말해본 답변만 내 말이 됩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입을 쉬지 않는 것, 그게 면접 준비의 실체입니다.
전 대구MBC 아나운서. 연세대 언어병리학 석사.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