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고민이에요.”
“평생 크게 내본 적이 없고, 크게 내는 법도 모르겠어요.”
“사람들 앞에서 말하면 제 자신이 어색해요.”
— 실제로 이런 고민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목소리가 작다”는 고민으로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첫 수업에서 제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발성 연습이 아닙니다. 문장 몇 개를 소리 내어 읽게 하고 그대로 녹음합니다. 그리고 그 녹음을 본인에게 들려드립니다.
그러면 반응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생각보다 작지 않습니다. 제가 듣기에도 “이 목소리가 엄청 작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냥 무난하게 들립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녹음을 다시 들으면 한 자리만 일정하게 약합니다.
실제 코칭에서 관찰한 것 — 끝만 사라진다
얼마 전 첫 수업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본인은 “평생 크게 내본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아홉 문장을 읽는 동안 앞부분은 또렷하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장 끝에 가면 소리가 스르르 빠졌습니다.
“…마음이 아픈 이야기야“, “…내리기 힘들어집니다“, “…책가방 속에 있다“. 서술어에 오면 속삭이는 것처럼 작아집니다. 본인은 끝까지 말했다고 느끼지만, 녹음에는 끝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이게 듣는 쪽에서는 “목소리가 작다”로 느껴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음량이 작은 게 아니라 끝맺음이 없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어는 의미가 대개 끝에 있습니다. 끝이 사라지면 내용도 절반만 도착합니다.
목소리가 작은 게 아닙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끝을 놓는 겁니다.
왜 하필 끝에서 놓을까요
기술보다 마음 쪽에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끝까지 밀어붙이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쪼그라드는 마음이 생깁니다. 나서는 것처럼 느껴지고, 부담스럽고, 그래서 스스로 소리를 거둡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발성 기술만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합니다. 호흡을 끝까지 보내려는 자세, 그리고 “내가 큰 소리로 말해도 괜찮다”는 생각의 변화입니다. 뒤엣것이 안 바뀌면 연습실에서는 되고 실제 자리에서는 다시 거둡니다.
실제로 그날 제가 가장 많이 한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더 큰 소리가 나와도 괜찮습니다.” 소리가 커지는 게 겁나는 지점이 오면, 거기가 그동안 멈춰 있던 자리입니다.
집에서 해볼 수 있는 확인
- 1짧은 문장 하나를 녹음합니다. 길면 안 됩니다. “오늘은 조금 늦을 것 같아요” 정도면 충분합니다.
- 2끝 두 글자만 듣습니다. “같아요”가 앞부분과 같은 크기로 남아 있는지 봅니다. 줄어들었다면 그게 지금의 습관입니다.
- 3다시 읽되, 끝에서 호흡을 한 번 더 보냅니다. 크게 지르는 게 아니라 끝까지 밀어주는 느낌입니다. 두 녹음을 이어서 들어보세요.
한 가지 더 확인할 게 있습니다. 한국어는 말이 끝날 때까지 성대가 계속 울려야 합니다. “숲 / 속 / 생물들은” 하고 토막을 내면 그 자리마다 울림이 멈춥니다. “숲속 생물들은”처럼 이어서 소리 내보세요. 끊지 않은 쪽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들릴 겁니다.
그런데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은 다릅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도 끝에서 작아지는구나” 하셨다면, 한 가지는 짚으셨습니다. 하지만 작게 들리는 이유가 늘 이것 하나는 아닙니다.
어떤 분은 자음을 길게 잡는 습관 때문에 소리가 코로 빠져서 작게 들립니다. 어떤 분은 호흡을 아껴 쓰느라 성대가 제대로 붙지 않습니다. 어떤 분은 음을 시작하는 자리가 앞쪽이라 얇게 나갑니다. 자세 하나로 콧소리가 되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코칭에서는 “목소리가 작다”는 말을 그대로 받지 않습니다. 읽게 하고, 녹음하고, 한 음절씩 되짚으면서 어느 자리에서 무엇이 빠지는지를 먼저 나눕니다. 처음 말씀하신 고민과 제가 듣고 확인한 문제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말하기는 목소리, 발음, 호흡, 속도, 울림, 음도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그래서 혼자서 원인 하나를 특정하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목소리가 작은 건 타고난 성대 때문 아닌가요?
성대가 약한 분도 있지만 생각보다 드뭅니다. 훨씬 흔한 건 성대를 충분히 울리지 않는 습관입니다. 기능은 멀쩡한데 쓰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첫 수업에서 소리를 길게 내보게 하면, 본인이 놀랄 만큼 큰 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아이 목소리 같다는 말을 듣습니다. 음색을 바꿀 수 있나요?
음색을 다른 사람 것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쓰지 않던 울림을 꺼내는 쪽으로 접근합니다. 어리게 들리는 원인은 음높이보다 끝을 흐리는 습관인 경우가 많습니다. 끝맺음이 살아나면 같은 음색도 훨씬 안정적으로 들립니다.
Q. 목소리를 크게 내려면 배에 힘을 줘야 하나요?
배를 단단히 붙잡는 것과, 공기를 아래에서 밀어 올려 내보내는 것은 다른 동작입니다. 배를 잡으면 오히려 몸이 굳어 울림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마이크가 있는 자리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힘줄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대목에만 넣고 나머지는 편하게 가는 편이 오래갑니다.
그렇다면 내 경우는 어떨까요
끝에서 놓는 습관 때문일 수도 있고, 자음을 오래 잡아 소리가 코로 가는 것일 수도 있고, 호흡을 아끼는 습관일 수도 있습니다. 겉으로 느끼는 증상은 “목소리가 작다” 하나인데, 그 안의 원인은 서로 다릅니다.
혼자 추측하기보다 지금 내 말하기가 어느 쪽인지 한 번 확인해보시는 편이 빠릅니다.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