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앞에서는 분명히 됐는데, 집에서 혼자 하면 그 소리가 안 납니다.
“역시 나는 안 되나 봐” 하고 접어버린 적,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 격차는 실력의 한계가 아니라, **측정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그리고 숫자는 메울 수 있습니다.
들려주면 90점, 혼자 하면 50점
한 수강생의 수업에서 같은 지문을 두 번 읽게 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제가 먼저 소리를 들려드리고, 한 번은 혼자서요.
“자 지금 여기까지가 한 90 몇 점이에요.”
“혼자 하면 몇 점까지 떨어지는지 한번 확인해 볼게요.”
결과는 50에서 60점. 거의 반 토막이었습니다. 보통 이 숫자를 보면 낙담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격차가 말해주는 건 실력의 한계가 아닙니다.
“‘아, 내가 (들으면) 이 정도로 올라오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고”
“안 들었을 때 이 정도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기억시켜야 하는 소리에 대한 집중도가 이 정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되요.”
90점은 이미 낼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몸이 그 소리를 못 내는 게 아니라, 혼자 있을 때 그 소리를 못 찾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수업 마지막에 제가 드린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들어서 90점, 혼자서 50점이라는 건 — 연습을 통해서 90점 만들 수 있단 뜻이에요.”
혼자 할 때 무너지는 진짜 지점
혼자 연습이 안 되는 이유를 대부분 ‘기억이 안 나서’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실제로 관찰해 보면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알고 있는 소리가 있어요.”
“근데 내가 알고 있는 그 소리를 향해 가야 되는데 — 조금 두려움에 가다 마실 거거든요. 분명히.”
가다가 멉니다. 목표 지점이 어디인지 알면서도, 거기까지 가는 도중에 ‘이상하게 들리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들어서 중간에서 멈춰 버립니다. 그리고 멈춘 자리의 소리를 자기 실력이라고 기록합니다.
그래서 처방이 “더 연습하세요”가 아닙니다.
“조금 더 천천히 하셔도 괜찮아요. 그런데 용기 있게 계속 거기를 찾아가시는 게 목표예요.”
속도를 늦추는 걸 허락받는 것만으로 끝까지 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빨리 하려니까 중간에서 타협하는 겁니다.
연습할 때 무엇을 세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여기가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혼자 연습할 때 사람들은 잘못된 것을 셉니다. 어디서 갈라졌는지, 어디서 긴장했는지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말씀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긴장 쪽이 아니에요. 더 중요한 건 울림을 제대로 했느냐에요.”
“울림이 좋아 버리면 그 다음에는 긴장이 있어도, 얘를 중심으로 해서 소리가 계속 울리면서 연결이 되거든요.”
“긴장 안 하는 게 1번이 아니라 —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 중심으로, 내가 얘를 안 까먹었나.”
긴장은 없앨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신 잘되는 것 하나를 끝까지 지키면, 긴장이 와도 거기서 다시 복구됩니다. 반대로 잘못된 걸 고치려고 매달리면 어떻게 되냐면요.
“내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거를 잘하려고 하다 보면은 — 얘를 깎아 먹어요. 지금.”
고치려다 잘되던 것까지 잃습니다. 그래서 연습의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오늘 뭘 틀렸나”가 아니라 “오늘 잘되던 걸 안 까먹었나”로요.
혼자 연습을 설계하는 법
- 1제일 잘 되는 소리 하나를 고릅니다. 내가 100점짜리 소리를 내는 그 자리, 그 높이를 먼저 찾습니다.
- 2높낮이를 전혀 바꾸지 않고 전체를 그 안에서만 읽습니다. 이게 1번 목표입니다.
- 3그다음에 감정을 1%만 넣습니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요. 그래도 소리 자리가 안 바뀌는지 봅니다.
- 42번은 당분간 안 될 겁니다. 안 되는 게 정상입니다. 1번만 지켜서 와도 충분합니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
“혼자 하면 안 된다”는 같은 호소라도 원인은 다릅니다.
- 1목표 소리를 모르는 경우 — 무엇을 향해 가는지 자체가 흐립니다. 기준이 되는 녹음부터 필요합니다.
- 2알지만 중간에 멈추는 경우 — 가장 흔합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끝까지 가는 연습이 처방입니다.
- 3잘못된 것만 세는 경우 — 고치려다 잘되던 것까지 무너집니다. 세는 대상을 바꿔야 합니다.
- 4목 상태가 받쳐주지 않는 경우 — 2주 넘게 목이 쉬어 있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성대를 먼저 확인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혼자 할 때 내 소리가 맞는지 어떻게 아나요?
기준 녹음을 하나 가지고 계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들을 때 오늘 확인할 항목 하나만 정해놓고 들으세요. 전체를 평가하려고 하면 어색한 부분만 들리고, 잘된 구간은 못 찾습니다.
Q. 매일 해야 하나요?
긴 시간보다 자주가 낫습니다. 감각을 기억시키는 일이라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다시 불러오는 쪽이 효율적입니다. 하루 5분씩 서너 번이 30분 몰아치기보다 낫습니다.
Q. 연습할 지문을 자주 바꿔야 하나요?
아닙니다. 같은 지문을 반복하세요. 매번 새 글로 하면 늘 ‘처음 읽는 긴장도’로만 연습하게 됩니다. 실제로 수업에서도 연습해 온 지문은 눈에 띄게 나아지고, 처음 보는 단어에서 긴장이 올라옵니다. 예측 가능해지는 것 자체가 이완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 소리가 지금 몇 점인지, 그리고 그 격차가 어디에서 생기는지는 직접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혼자 연습을 설계하기 전에 그것부터 확인해 보세요.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