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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성이 좋아지니 이번엔 감정이 사라졌다

책을 읽는데 문장 끝만 되면 목소리가 툭 꺼져요

발성에 신경 쓰면 감정이 안 들어가고, 감정을 넣으면 발성을 까먹어요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갈라지고 허스키해져요

— 수업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류

발성은 잡혔는데, 왜 낭독은 밋밋할까

발성 연습을 한참 하고 나면 소리 자체는 안정됩니다. 목소리가 앞으로 나오고, 울림도 생기죠. 그런데 막상 글 한 편을 읽어보면 이상하게 ‘느낌’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발음은 정확한데 마음이 안 담기는 겁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발성에만 온 신경을 쏟는 동안, 정작 ‘내가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전달하려는가’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소리는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닙니다.

원인 1 — 문장 끝에서 에너지를 놓는다

많은 분들이 ‘~다’로 끝나는 서술어에서 힘을 툭 놓습니다. 앞 문장을 읽느라 지치면서 마지막에 에너지를 확 풀어버리는 거죠. 문장을 받아주는 큰 그릇이 있어야 하는데, 끝을 흘려버리면 전체 인상이 무너집니다.

원인 2 — 발성과 감정을 동시에 못 잡는다

감정을 넣는 순간 발성을 잊어버리고, 발성에 집중하면 감정이 사라집니다. 둘을 함께 쓰려다 어느 한쪽이 계속 빠지는 것. 특히 문장 뒤로 갈수록 발성이 갈라지고 허스키해지는 건, 집중이 흐트러지면서 소리가 앞쪽으로 빠지기 때문입니다.

원인 3 — 조사와 받침을 흘린다

조사(을·를·이·가·의)에서 발성이 끝까지 유지되지 않으면 문장이 툭툭 끊깁니다. 받침도 눌러서 뭉개면 답답해지고요. 조사는 끝까지 붙잡고, 받침은 살짝 튕겨 올리는 박자를 만들어야 자연스럽습니다.

STEP 1
먼저 하품하듯 낮은 발성으로 소리의 바닥을 만든다 (버티는 힘 확보).
STEP 2
문장 끝 ‘~다’까지 그 발성을 끊지 않고 데려간다.
STEP 3
조사에서 발성이 빠지지 않게 끝까지 연결한다.
STEP 4
여기까지 안정되면, 그 위에 ‘무엇을 상상하는가’를 얹는다.
STEP 5
빠르게 읽은 뒤엔 천천히, 감정을 넣은 뒤엔 다시 빼며 완급을 만든다.

소리는 도구입니다. 목적은 내가 상상한 장면을 상대가 느끼게 하는 것.

거센소리를 오해하지 마세요

‘거센소리(ㅋ·ㅌ·ㅍ·ㅊ)를 세게’라는 말을 성대를 꽉 닫으라는 뜻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건 반대입니다. 성대를 닫는 게 아니라 열어놓고 공기만 팡 보내는 소리예요. 문장부호의 느낌표에 속아서 성대를 조이면 오히려 소리가 막힙니다.

  1. 1낮은 하품 발성으로 한 문장을, 끝 서술어까지 소리를 끊지 않고 읽어본다.
  2. 2같은 문장을 ‘기대감·아쉬움’ 같은 감정을 하나 정해 다시 읽고, 그 다음 문장에선 감정을 뺀다.
  3. 3조사(을·를·이·가)에서 소리가 빠지는지 녹음해 확인한다.
  4. 4거센소리 단어만 뽑아 ‘공기만 팡’ 보내는 느낌으로 반복한다.
  5. 5내 기준보다 한 템포 더 천천히 읽어도 흐름은 충분히 전달된다는 걸 확인한다.

정리

발성이 잡혔다면 절반은 온 겁니다. 남은 절반은 그 안정된 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그 위에 ‘내가 전하고 싶은 장면’을 얹는 일입니다. 천천히 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천천히 할 때 발성이 더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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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 · 전 대구MBC 아나운서

이러서라(ERUSEORA) 대표.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전 대구MBC 아나운서. 발음·발성·비유창성을 임상적으로 교정하며,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저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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