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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성 연습을 해도 목소리가 안 좋아진다면 힘을 뺀 게 아니라 그냥 작아진 것일 수 있습니다

“연습을 한참 했는데 목소리가 그대로인 것 같아요.”

“힘을 빼라고 해서 뺐더니 잘 안 들린대요.”

“첫마디를 시작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

—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오래 배우신 분과 수업을 하다가 예전 녹음을 꺼내 나란히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몇 달 전 것과 그날 것을요. 발음은 분명히 좋아져 있었습니다. 목에 주던 힘도 확실히 빠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드린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오늘 좀 약하게 읽으셨어요.” 힘은 뺐는데 볼륨까지 같이 내려가 있었습니다.

“힘 빼세요”를 잘못 들으면 생기는 일

발성을 배우면 거의 반드시 듣는 말이 “힘 빼세요”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목을 조여 소리를 키우면 성대가 더 세게 부딪히고 금방 지칩니다.

문제는 그 말을 “작게 말하세요”로 알아듣는 데서 생깁니다. 힘을 빼면서 공기까지 같이 줄여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목은 편해지는데 소리가 안 나갑니다. 본인은 잘하고 있다고 느끼고, 듣는 사람은 잘 안 들립니다.

힘은 목에서 빼고,
공기는 더 써야 합니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하는데 하나만 하면 반쪽입니다. 목은 열어 두고 힘을 완전히 풀되, 공기는 오히려 더 많이 보내는 것. 이게 “힘 빼세요”의 온전한 뜻입니다.

목소리가 작고 기어들어갈 때, 딱 두 가지만

첫 소리를 못 잡으면 그 문장은 끝까지 안 울립니다

그날 또 하나 보였던 게 문장 첫머리였습니다. 본인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첫 음을 못 잡아요.”

이건 아주 흔한 지점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큰 문제입니다. 첫 소리가 제대로 울려야 끝까지 울릴 수 있습니다. 낮게 깔고 어물어물 시작하면 그 문장 전체가 그 상태로 갑니다. 중간에 되살리기가 어렵습니다.

시작이 급해도 같은 일이 생깁니다. 준비 없이 훅 들어가면 소리가 앞쪽으로 새어 나갑니다. 시작점이 중요합니다. 한 박자 여유를 두고, 울림을 먼저 만들어 놓고 들어가세요.

“잘해야지” 하는 순간 버벅입니다

그날 앞부분에서 유독 더듬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원인은 발음이 아니었습니다. 잘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하지 마시고 내 목소리 믿고 그냥 쭉쭉 읽어 내려가세요.” 잘하려고 한 글자씩 확인하면서 가면 오히려 흐름이 끊기고, 끊긴 자리마다 더듬게 됩니다.

한 가지 더. 글자를 하나씩 또박또박 떼면 발음이 정확해질 것 같지만 반대입니다. “집값이”를 “집·값·이”로 떼는 것보다 이어서 흘려보내는 쪽이 더 또렷하게 들립니다.

집에서 해볼 수 있는 확인 — 같은 문장, 두 번 녹음

STEP 1
짧은 문장 하나를 평소대로 읽고 녹음한다
STEP 2
목에 힘을 빼되 공기는 더 밀어서 같은 문장을 다시 녹음한다
STEP 3
두 녹음을 이어서 들어본다
STEP 4
두 번째가 더 편했는데 더 크게 들리면 성공, 더 편한데 더 작으면 공기가 빠진 것

녹음은 꼭 하셔야 합니다. 본인 귀에는 머리뼈를 타고 오는 소리가 섞여 들려서, 실제로 나간 소리보다 훨씬 크게 들립니다. 그래서 작아진 걸 스스로는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 몇 달에 한 번은 예전 녹음과 나란히 들어보세요. 매일 들으면 변화가 안 보이는데, 시간차를 두고 겹쳐 들으면 무엇이 좋아졌고 무엇이 그대로인지가 한 번에 드러납니다.

같은 수다인데 왜 누구는 전문가처럼 들릴까

오래 배우신 그분이 처음 수업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는데, 일반인이 하는 말은 수다로 들리고 전문가가 하는 말은 같은 수다를 떠는데도 공신력 있게 들리더라는 겁니다.

그 차이는 어휘도 지식도 아닙니다. 끝까지 울리는 소리, 흔들리지 않는 시작, 필요한 자리에 들어가는 힘. 내용이 같아도 이 세 가지가 있으면 믿음이 실립니다.

신뢰를 주는 목소리 만들기

비슷한 과정을 거친 분의 기록

환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해야 하는 일을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마음은 분명히 따뜻하게 전해졌는데, 말끝 억양이 아이처럼 올라가고 서술어가 정리되지 않아 가벼운 대화처럼 들렸습니다.

열 번의 수업 동안 세 가지만 잡았습니다. 첫소리를 늘리지 않기, 말끝을 올리지 않고 정리하기, 호흡이 막히는 문장을 골라 반복하기. 6회차에 변화가 왔습니다. 발성을 유지한 채 높은 톤과 낮은 톤을 오갈 수 있게 되자, 그때부터 감정을 담는 연습으로 넘어갔습니다.

아이 같은 목소리에서 신뢰의 목소리로 — 열 번의 훈련

자주 묻는 질문

Q. 힘을 뺐는데 목소리가 작아지면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중간 단계에서는 흔히 지나가는 구간입니다. 목에 주던 힘을 놓으면 일시적으로 볼륨이 떨어집니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빠진 힘의 자리를 공기로 채워야 합니다. 힘을 다시 주는 게 아니라 공기를 더 보내는 것입니다.

Q. 연습을 오래 했는데 변화가 잘 안 느껴집니다.
매일 들으면 변화가 안 보입니다. 몇 달 전 녹음과 나란히 들어보세요. 발음이나 힘 빼기처럼 눈에 안 띄게 좋아진 부분이 그때 드러납니다. 또 기억이 아니라 몸에 쌓이는 종류의 변화라, 수업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해도 소리는 달라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문장 첫마디가 늘 어색합니다. 요령이 있을까요?
급하게 들어가지 마세요. 소리를 내기 전에 울림을 먼저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첫 글자를 얹습니다. 첫 소리가 제대로 울리면 그 문장은 끝까지 갑니다. 반대로 첫 소리를 놓치면 중간에 되살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내 경우는 어떨까요

힘을 빼면서 공기까지 줄인 것일 수도 있고, 첫 소리를 못 잡아 문장 전체가 처지는 것일 수도 있고, 잘하려는 마음이 흐름을 끊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연습을 안 해서가 아니라, 연습의 방향이 반쪽이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내 소리가 어느 쪽인지는 한 번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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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김설아 스피치 코치 · 이러서라 대표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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