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복식호흡을 배웠는데 목소리는 그대로라면 숨을 얼마나 넣느냐가 아니라 언제 보내느냐의 문제입니다

“복식호흡은 되는데 목소리가 달라진 걸 모르겠어요.”

“숨은 충분히 넣었는데 문장 끝에서 흔들려요.”

“말이 빨라지면 배운 게 다 사라집니다.”

— 호흡을 배운 다음에 꼭 오는 질문들입니다.

복식호흡을 배우면 대개 이런 순서로 배웁니다. 배를 부풀리고, 어깨는 올리지 말고, 천천히 내보내기. 여기까지는 잘 됩니다.

그런데 막상 말을 하면 달라진 게 없습니다. 문장 끝이 흔들리고, 음이 내려가는 자리에서 소리가 뒤집히고, 조금 빨라지면 배운 게 전부 사라집니다.

호흡의 양은 이미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 공기를 언제, 어떤 순서로 내보내는가 입니다.

공기를 한꺼번에 내보내면 성대가 헷갈립니다

수업에서 자주 보는 장면입니다. 숨은 잘 들이마셨는데, 소리를 내는 순간 입과 공기와 성대가 동시에 출발합니다. 그러면 공기가 한 번에 쏟아져 나갑니다.

이때 성대는 아직 어떤 소리를 낼지 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공기가 먼저 밀려오면 성대가 헷갈립니다. 그 결과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목소리 떨림’이고 ‘흔들림’입니다.

성대가 먼저 울리고,
입은 그다음에 벌립니다.

순서를 바꾸면 해결됩니다. 성대를 먼저 울려 놓고, 울리기 시작하면 그때 천천히 입을 벌립니다. 같은 양의 공기인데 소리가 안정됩니다. 공기를 아끼는 게 아니라 늦게 흘려보내는 겁니다.

복식호흡 하는 법 · 발성으로 이어지는 연습

음이 내려갈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흔들림이 아무 데서나 생기지는 않습니다.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음이 내려가는 지점입니다.

올라갈 때는 대개 버팁니다. 그런데 음을 낮추는 순간 사람은 힘을 놓습니다. 힘을 놓는 게 나쁜 건 아닌데, 문제는 울림까지 같이 놓아버린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문장 끝이 유독 자주 뒤집힙니다.

수업에서 제가 반복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울리면서 떨어뜨리세요.” 떨어뜨리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떨어뜨리되 울림을 데리고 내려가라는 뜻입니다.

올라갈 때도 짝이 되는 규칙이 있습니다. 조이면서 올라가지 말고 벌리면서 올라가기. 높은 소리를 낼 때 완전히 이완하는 게 사실 어렵습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목을 탁 조입니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안해서 조이는 겁니다.

뒤집히는 목소리 잡는 법

빨라지면 붙여서 내야 할 것 같지만, 그 순간 무너집니다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말이 빠른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 단어들이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따라 할 때 붙여서 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내고 있지 않습니다. ‘자기소개’를 빠르게 말할 때도 ‘자기’에서 한 번 이완하고 ‘소개’ 로 갑니다. 하나로 뭉쳐 내면 거의 예외 없이 그 자리에서 뒤집힙니다.

속도는 단위를 없애지 않습니다.
단위는 그대로 두고 간격만 줄입니다.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호흡은 잇고, 발성 단위는 나눕니다. 띄어쓰기가 있어도 호흡은 끊지 않습니다. 대신 각 덩어리의 첫 울림은 매번 새로 만듭니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가야 합니다.

힘 주기도 힘 빼기도 아닌, 세 번째 상태

“힘 빼세요”라고 하면 완전히 풀어버리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면 뒤집힙니다. “유지하세요”라고 하면 힘을 줍니다. 그러면 조입니다.

수업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엉덩이를 살짝 들고 있는 느낌. 편한 의자에 푹 파묻혀 앉는 게 아니라, 아주 조금 들어 올린 듯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푹 앉아버리면 뒤집힐 수밖에 없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완전히 힘을 준 것도 아니고 완전히 놓은 것도 아닌 미세한 준비 상태 — 이게 호흡이 말로 바뀌는 자리에서 필요한 감각입니다.

집에서 확인하는 순서 — 네 단계

STEP 1
숨을 편하게 들이마신 뒤, 입은 거의 닫은 채 성대만 먼저 울린다
STEP 2
울림이 생긴 것을 확인하고 나서 천천히 입을 벌려 모음을 낸다
STEP 3
같은 소리를 음을 내리면서 낸다 — 내려가는 동안 울림이 남아 있는지 듣는다
STEP 4
되면 속도를 조금 올린다. 무너지면 다시 천천히로 돌아간다

천천히만 반복해도 전이되지 않습니다. 천천히 → 조금 빠르게 → 다시 천천히 → 좀 더 빠르게. 이 진폭을 오가는 것이 연습입니다. 한 속도에서만 되는 소리는 실제 대화에서 쓰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녹음해서 들어보세요. 본인 귀에는 머리뼈를 타고 오는 소리가 섞여서, 흔들린 걸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말할 때 쓰는 호흡은 따로 있습니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

“문장 끝에서 목소리가 흔들린다”는 같은 말로 오시지만 원인은 갈립니다.

① 공기가 부족한 경우 — 문장 후반으로 갈수록 소리가 사라집니다. 이 경우는 호흡량을 늘리는 연습이 맞습니다.
② 공기가 한꺼번에 나가는 경우 — 앞은 크고 끝이 급하게 무너집니다. 양이 아니라 순서 문제입니다.
③ 음이 내려갈 때만 흔들리는 경우 — 호흡은 멀쩡합니다. 울림을 데리고 내려가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④ 속도가 붙을 때만 무너지는 경우 — 천천히는 완벽합니다. 단위를 붙여버리는 습관입니다.

복식호흡 연습을 늘려서 나아지는 건 ①뿐입니다. ②③④에 ①의 처방을 쓰면 아무리 해도 그대로입니다. 스스로 구분하기 어려운 게 당연합니다. 네 가지가 같은 소리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 분의 기록

목소리가 작아 대화조차 조심스러웠던 분이 있었습니다. 생각은 또렷한데 말이 시작되는 순간 성대가 흔들리고, 받침에서 소리가 끊어졌습니다. ㅂ·ㅅ·ㄱ 받침에서 호흡이 막혀 말이 뚝뚝 끊어졌습니다.

크게 말하려고 목에 힘을 주면 오히려 더 작고 갈라집니다. 발음 문제가 아니라 소리를 유지하는 힘의 문제였습니다. 가·기·구·게·고 하품 발성으로 받침을 익히고, 성대 진동을 끊지 않고 잇는 훈련을 했습니다. 받침은 세게 내는 대신 옆으로 흘려 부드럽게 넘겼습니다.

6회차를 지나 변화가 왔습니다. 문장에 중심이 잡히고 주어와 핵심어를 살려 읽는 힘이 생겼습니다. 그분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 “예전엔 말하면 힘들었는데 지금은 소리가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창피했던 목소리가 무기가 되기까지 — 10주의 기록

자주 묻는 질문

Q. 복식호흡이 잘 되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배가 부풀었는지보다 소리를 낼 때 어깨와 목이 가만히 있는지를 보세요. 숨을 넣는 동작은 대부분 금방 익힙니다. 정작 무너지는 건 말을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확인은 호흡할 때가 아니라 말할 때 해야 합니다.

Q. 숨을 더 많이 들이마시면 문장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요?
양보다 새는 자리를 먼저 찾는 편이 빠릅니다. 같은 폐활량으로도 공기를 늦게 내보내면 훨씬 길게 갑니다. 반대로 많이 넣고 앞에서 다 써버리면 문장 끝은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Q. 연습할 때는 되는데 대화에서는 하나도 안 됩니다.
정상적인 단계이고, 여기서 멈추는 분이 가장 많습니다. 연습 소리와 대화 소리는 속도가 다릅니다. 천천히에서만 되는 소리는 아직 내 것이 아닙니다. 속도를 오가는 연습을 넣어야 대화로 넘어옵니다. 그리고 하나 더 — 수업이나 연습이 끝나고 한 시간이면 예전 소리로 돌아갑니다. 다시 붙잡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것 자체가 유지의 시작입니다.

그렇다면 내 경우는 어떨까요

공기가 모자란 것일 수도, 한꺼번에 나가는 것일 수도, 음이 내려갈 때만 놓는 것일 수도, 속도가 붙을 때만 붙여 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복식호흡을 더 연습해서 해결되는 건 이 중 하나뿐입니다. 나머지 셋은 순서와 단위를 손봐야 합니다. 내 소리가 어느 쪽인지는 한 번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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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김설아 스피치 코치 · 이러서라 대표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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