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조음점을 외워도 발음이 안 고쳐진다면 자음은 ‘점’이어야 하는데 끌고 오고 있는 겁니다

“혀 위치 그림을 보고 연습했는데 그대로예요.”

“특정 자음만 유독 뭉개지거나 새는 느낌이 납니다.”

“정확하게 하려고 할수록 더 이상하게 들립니다.”

— 발음을 혼자 고쳐보려 한 분들이 하는 말입니다.

발음을 혼자 고쳐보려 하면 대개 혀 위치 그림부터 찾습니다. ‘ㅅ은 치경, ㅈ은 경구개’ 같은 자료요.

수업 첫 시간에 그걸 본 적 있는지 물어보고,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그거 신경 안 쓰시는 게 좋아요.”

이유가 있습니다. 머리로 구분해서 발음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ㄷ과 ㅈ의 미세한 차이를 의식적으로 조작하려 하면, 그 조작하는 힘이 소리를 망칩니다. 그리고 그 구분은 자동으로 됩니다.

닿는 자리는 세 개면 충분합니다

수업에서 쓰는 지도는 아주 단순합니다. 크게 혀 앞쪽에서 닫는 소리와 혀 뒤쪽에서 닿는 소리, 이렇게 나눕니다.

그래서 ㅈ·ㄷ·ㄹ은 다 같은 위치입니다. 이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거의 다 같은 데예요, 다른 데가 아니라.”

구분은 자동으로 됩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세한 조음점 지도가 틀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연습에 쓸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혀의 3mm 차이를 의식으로 제어하려 하면 거기에 힘이 들어갑니다.

자음은 ‘점’입니다 — 끌고 오면 안 됩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주’라는 소리는 ㅈ이 끝까지 나오면서 만들어진다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들어보면 시작 직후부터는 그냥 ‘우’ 입니다. ㅈ이라는 점 하나 + 그다음 ‘우’, 이 둘이 합쳐진 게 ‘주’입니다.

발음이 안 되는 분들의 문제가 여기 있습니다. 그 점을 계속 끌고 옵니다. 그러면 자음 구간이 길어지고, 길어진 만큼 불필요한 힘이 들어갑니다.

저는 이걸 ‘점’이라고 부릅니다.
진짜 점이어야 합니다.

자음을 길게 끌면 마찰 잡음이 생깁니다. ‘주’를 내려는데 ‘쉿’ 같은 소리가 섞이는 게 그것입니다. 빨리 끊고 모음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결론이 이렇습니다. “모음 소리를 내는 게 정확한 발음의 시작입니다.” 자음은 거의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음이 정확하면 나머지 소리들은 다 금방 정확해집니다.

아나운서 발음교정·발성연습을 동시에 끝내는 연습법

‘지’가 유독 어려운 기계적 이유

특정 글자만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 흔한 게 ‘지’, ‘치’ 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ㅣ를 발음하면 혀가 많이 올라가고 입 안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ㅈ도 혀 앞쪽을 쓰는 소리입니다. 두 소리가 같은 자리를 요구합니다.

그러면 혀가 혼란스러워집니다. “얘도 올라갔는데 얘도 써야 된다니,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 하는 상태가 됩니다.

처방은 순차 처리입니다. 1번 동작을 하고, 2번 동작으로 넘어갑니다. 겹쳐서 쓰려 하면 둘 다 안 됩니다. 넘어가야 할 자리에서 동작이 안 바뀌는 게 문제입니다.

파열을 만들지 마세요 — 문장이 알아서 채웁니다

단음절 연습을 하다 보면 자음을 또렷하게 만들고 싶어집니다. ‘츠’의 파열을 선명하게, ‘트’의 터짐을 분명하게요.

그러면 안 됩니다. 수업에서 저는 “파열이 아예 없다는 느낌으로“라고 말합니다.

이유가 이것입니다. “우리가 문장에 들어가면 알아서 들어가져요. 필요한 만큼.” 그런데 한 글자 연습하면서 이미 넣고 있으면 — 문장에서 너무 과장됩니다.

같은 원리로 ‘어’를 설명합니다. ‘어’는 뭔가 힘이 들어가는 소리가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안 한 소리입니다. 진짜로 힘이 다 풀리는 소리요. 거기에 터치가 한 번 들어갔다 떨어지는 게 ‘너’입니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으면 불필요한 소리가 들어갑니다. 이게 반복되는 명제입니다.

“안 된다”는 생각이 과교정을 만듭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마지막에 하겠습니다.

발음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거기에 힘을 더 주고 더 집착합니다. 더 정확하게 하려고요. 입 모양을 만들고, 혀를 의식하고, 그 글자가 올 때마다 준비합니다.

그 노력이 소리를 더 망칩니다. 입 모양을 만드는 과정에서 목에 힘이 들어가고, 자음을 또렷하게 하려다 그 구간이 길어집니다.

지금부터는
아주 대충 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1회차에 이 고리를 끊습니다. 입 모양을 전혀 쓰지 마세요. 과장되게 움직일 필요도 없습니다. 얼굴 근육은 그냥 이완입니다. 말할 때 그렇게 근육을 쓸 일은 없습니다.

덧붙이면 — 치아 교정 장치나 유지장치 때문에 발음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원인은 장치 자체보다 그 장치를 의식해서 생긴 보상 습관인 경우가 많습니다. 발음하는 내내 신경 쓰면서 발음하다 보니 그 패턴이 굳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처방은 같습니다 — 대충 하기.

연습은 ‘잘되는 소리’에서 출발합니다

진단을 할 때 저는 모음을 혀 위치(앞/뒤)와 턱 높이(위/아래)로 나눠서 어느 쪽이 더 안 되는지 봅니다. 전체가 안 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한쪽에 치우쳐 있습니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혀가 앞으로 가는 소리에 불필요한 잡음과 긴장이 많고 뒤쪽은 깔끔하다면, 안 되는 건 앞쪽입니다.

그런데 연습은 잘되는 소리 위주로 잡아서 거기서부터 올라갑니다. 안 되는 걸 붙들고 반복하면 긴장 상태가 강화됩니다. 되는 소리에서 감각을 잡고, 그 감각을 안 되는 쪽으로 옮깁니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

“특정 발음이 안 된다”는 같은 말에 원인이 갈립니다.

① 자음을 끌고 오는 경우 — 마찰 잡음이 섞입니다. 점으로 끊으면 해결됩니다.
② 자음과 모음이 혀 위치를 공유하는 경우 — ‘지·치’ 같은 글자만 안 됩니다. 순차 동작입니다.
③ 과교정인 경우 — 정확히 하려는 노력이 힘을 만듭니다. “대충”이 처방입니다.
④ 발성이 받쳐주지 않는 경우 — 입 모양은 맞는데 소리가 안 실립니다. 발음 연습으로는 안 바뀝니다.

①②③은 알면 그날 바뀌고 ④는 발성부터 쌓아야 합니다. 그리고 혀 위치 그림을 외워서 해결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네 가지가 본인 귀에는 똑같이 “발음이 안 된다”로 들립니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 분의 기록

목소리가 작아 대화조차 조심스러웠던 분이 있었습니다. 생각은 또렷한데 말이 시작되는 순간 성대가 흔들리고, 받침에서 소리가 끊어졌습니다.

크게 말하려고 목에 힘을 주면 오히려 더 작고 갈라집니다. 발음 문제가 아니라 소리를 유지하는 힘의 문제였습니다. 하품 발성으로 받침을 익히고, 성대 진동을 끊지 않고 잇는 훈련을 했습니다.

6회차를 지나 변화가 왔습니다. “예전엔 말하면 힘들었는데 지금은 소리가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창피했던 목소리가 무기가 되기까지 — 10주의 기록

자주 묻는 질문

Q. 조음점 지도가 아예 쓸모없다는 말인가요?
아닙니다. 음성학적으로 정확한 정보이고, 어떤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아는 건 도움이 됩니다. 다만 연습 중에 그걸 의식하면 안 됩니다. 혀의 3mm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려 하면 그 조작이 소리를 망칩니다. 알고 있는 것과 쓰는 것은 다릅니다.

Q. 자음을 짧게 하면 발음이 부정확해지지 않나요?
반대입니다. 자음을 길게 끌면 마찰 잡음이 섞여서 오히려 지저분하게 들립니다. 점으로 끊고 모음을 또렷하게 내면 더 선명합니다. 또박또박이 정확한 발음이라는 게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Q. 혼자 연습할 때 뭘 기준으로 해야 하나요?
녹음하시고 모음이 또렷한지만 보세요. 자음을 점검하기 시작하면 다시 집착으로 갑니다. 그리고 안 되는 글자를 붙들고 반복하지 마세요. 긴장 상태에서의 반복은 그 긴장을 강화합니다. 잘 나왔던 소리로 돌아가서 거기서부터 늘리세요.

그렇다면 내 경우는 어떨까요

자음을 끌고 오는 것일 수도, 자음과 모음이 자리를 다투는 것일 수도, 정확히 하려는 노력이 힘을 만드는 것일 수도, 발성이 받쳐주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네 경우의 처방이 전부 다릅니다. 그리고 “더 정확하게 하기”가 답인 경우는 드뭅니다. 내 발음이 어느 쪽인지는 한 번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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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김설아 스피치 코치 · 이러서라 대표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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