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표현할 줄 몰라서가 아닙니다 알면서 붙잡고 있는 겁니다

“말이 좀 지루하다는 말을 들어요.”

“전달하고 싶은 얘기가 제대로 전달이 안 돼요.”

“어떻게 읽어야 할지는 아는데, 막상 소리 내면 뻣뻣해요.”

— 수업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수업에서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다. 문장을 하나 보여주고 “어디서 끊으면 제일 잘 전달될까요?” 하고 물으면, 대부분 정확한 자리를 짚습니다. “어디를 제일 강조하면 좋을까요?” 하고 물어도 맞게 고릅니다. 머리로도 알고, 몸으로도 느끼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소리를 내보라고 하면 평평합니다. 방금 자기가 짚은 그 자리가 소리에서는 전혀 살아나지 않습니다. 이게 아주 많은 분들이 겪는 일이고, 대부분 원인을 잘못 짚습니다.

모노톤은 결핍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말이 납작한 분들은 보통 “제가 표현력이 없어서요” 라고 말합니다. 없어서 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안 내보내려는 노력이 오래 쌓인 결과입니다.

말의 박자나 음폭을 살리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그게 저절로 다 없어집니다. 음폭이 좁아져 모노톤이 되고, 문장이 자꾸 끊어지면서 느려지고, 말의 재미까지 사라집니다. 그 상태가 굳으면 본인은 그게 원래 자기 목소리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표현을 살리지 않으려는 노력이 쌓이면,
말은 저절로 납작해집니다.

규칙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수업에서 제가 가장 자주 말하게 되는 문장이 이것입니다. 내 머릿속에서, 내 몸에서 “여기서는 이런 음도, 여기서는 이런 박자” 라고 이미 알고 있는데 — 나도 모르게 뻣뻣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배워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어난 게 아닙니다. 느끼는 대로 그대로 내보내는 연습을 해야 하고, 그걸 이렇게 붙잡고 있는 자기 손을 계속 놔줘야 합니다. 실제로 수업에서 “느끼는 대로 표현해 보세요” 한마디만 붙이면, 바로 다음 문장에서 살아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그러니 연습의 방향은 “더 정확하게” 가 아니라 “더 살려서” 입니다. 문장마다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단어는 어떤 느낌을 전해주면 좋을까?* 이 질문을 붙이기 시작하면 말에 조금씩 영혼이 들어가고, 말이 풍부해집니다.

한 번만 끊어보세요

가장 빠르게 효과가 나는 건 끊어 읽는 자리입니다. 많은 분들이 또박또박 전달하려고 자주 끊습니다. 그런데 자주 끊으면 템포가 약해집니다. 반대로 한 덩어리를 조금 더 길게 가지고 갈수록 악센트도 생기고, 스피드도 생기고, 음폭도 생깁니다.

한 문장에서 딱 한 번만 끊는다고 정해보세요. 그리고 이렇게 판단하시면 됩니다. 내가 하려는 말의 핵심어가 어디까지인지를 느끼고, 거기서 확실하게 끊는 것. 그러면 그 뒤가 강조로 제대로 살아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희망하는 것이 / 삶의 목적이다” 는 한 번만 끊습니다. 여기를 세 번 네 번 끊으면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엉뚱한 자리에서 끊으면 강조할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한 가지만 주의하세요. 끊는다는 건 소리를 멈추는 게 아닙니다. 호흡은 코로 계속 이어진 상태에서, 그 마지막 지점에 에너지를 주는 것입니다. 소리를 툭 잘라버리면 그냥 끊어진 말이 되고, 호흡을 이어둔 채로 끝에 에너지를 주면 강조가 됩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내가 한 말이 아니면, 티를 내세요

글에서는 따옴표 하나로 끝납니다. 이건 내 말이 아니라고 바로 보이니까요. 그런데 들을 때는 따옴표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할 때는 악센트·말의 속도·음폭을 써서 “이건 제 말이 아니에요” 라는 티를 직접 내줘야 합니다.

  1. 1인용의 끝은 살짝 늘리고, 이어지는 내 말은 빠르게. “…답답하다” 를 조금 늘린 다음 “하시는 분들” 은 빠르게 붙입니다. 속도 차이만으로 경계가 들립니다.
  2. 2`~고 말했습니다` 는 음을 내렸다가 한 번에 올립니다. 인용 끝에서 음을 떨어뜨렸다가 “고 말했습니다” 에서 쫙 올리면, 앞이 남의 말이었다는 게 분명해집니다.
  3. 3`~라는 말이 있죠`, `~라고 물어보셨는데요` 는 생각보다 더 적극적으로. 본인은 충분히 했다고 느끼지만 듣는 쪽에는 잘 닿지 않습니다. 평소보다 한 단계 크게 표현해야 티가 납니다.
세 가지 모두 소리를 크게 내는 게 아니라, 경계를 들리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조사를 대충 읽지 마세요

의외로 여기서 가장 많이 무너집니다. 우리는 의미가 담긴 앞부분까지만 집중하고, 조사는 아는 거라고 생각해서, 의미 없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갑니다. 대충 읽거나, 빠르게 흘리거나, 아예 생략합니다.

그런데 말이 분명하게 전달되려면 조사를 잘 써야 합니다. 은·는·이·가·해서·라서·여서가 끝까지 전달되어야 합니다. “법은 없는” 과 “법이 없는” 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조사에 관심을 붙이는 것만으로 전달력이 달라집니다.

연습법이 하나 있습니다. 조사를 앞으로 떼어내서 먼저 소리 내보세요. “으 — 정부와 여당은”, “로 — 학교 근처로”, “을 — 방안을”. 이렇게 하면 소리를 뒤쪽까지 쓰게 되고, 조사까지 공기가 갑니다. 조사를 틀리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조사까지 호흡이 닿는 문제입니다.

발음 규칙도 정해두면 편합니다. 조사 `의`는 `에`로 읽으세요(“우리의” → 우리에). `의`로 읽어도 틀리지는 않지만 발음이 느려지고 어색합니다. 대신 단어 첫음절의 `의`는 `의`로(의자, 의사), 두 번째 음절의 `의`는 `이`로(회의 → 회이) 읽습니다.

오늘 해볼 것

STEP 1
짧은 글 한 편을 고르고, 한 문장마다 끊을 자리를 딱 한 곳만 정한다
STEP 2
그 자리에서 호흡은 이어둔 채 끝에 에너지를 준다
STEP 3
조사를 앞으로 떼어 먼저 소리 내보고, 그 느낌으로 어절 전체를 읽는다
STEP 4
문장마다 “이 단어는 어떤 느낌을 전해주면 좋을까” 를 묻고, 느낀 대로 내보낸다

네 번째가 제일 중요합니다. 앞의 세 가지는 규칙이고, 네 번째가 붙잡고 있는 손을 놓는 연습입니다. 규칙은 하루면 외우지만, 놓는 건 계속 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노톤을 고치려면 일부러 톤을 올려야 하나요?
아니요. 톤 자체를 올리는 게 아니라 강조할 자리를 정해서 거기에만 에너지를 주는 것입니다. 글에 형광펜을 칠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체를 칠하면 아무것도 강조되지 않습니다. 전체를 높이면 부담스럽게만 들리고, 한 군데를 살리면 말이 또렷해집니다.

Q. 한 문장에서 몇 번 끊어 읽는 게 좋을까요?
연습할 때는 딱 한 번으로 제한해보세요. 자주 끊을수록 템포와 음폭이 약해집니다. 한 번만 끊기가 익숙해지면 문장 길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려가면 됩니다. 중요한 건 횟수가 아니라 핵심어가 끝나는 자리를 고르는 감각입니다.

Q. 규칙은 이해했는데 막상 하면 뻣뻣해집니다. 왜 그런가요?
표현을 붙잡는 습관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와 실행은 다른 근육입니다. 이때는 규칙을 하나 더 배우는 대신 “느끼는 대로 표현해 본다” 는 지시 하나만 스스로에게 주고 다시 읽어보세요. 혼자서 이 전환이 잘 안 되면, 소리를 들려주고 지금 어디를 붙잡고 있는지 짚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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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김설아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 · 전 대구MBC 아나운서

이러서라(ERUSEORA) 대표.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전 대구MBC 아나운서. 발음·발성·비유창성을 임상적으로 교정하며,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저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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