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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을 “궁물”로 읽는 건 규칙을 외워서가 아닙니다

“연음, 격음화, 비음화… 배우긴 했는데 말할 때는 안 돼요.”

“받침을 정확하게 하려니까 말이 딱딱해집니다.”

“규칙대로 읽으려면 자꾸 박자가 끊겨요.”

규칙을 지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아는 게 먼저입니다.

발음 규칙을 표로 외운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표를 외워도 말할 때는 적용이 안 됩니다. 규칙을 떠올리는 순간 말이 멈추기 때문입니다.

저는 규칙을 외우게 하지 않습니다.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먼저 봅니다.

목 안쪽에는 문이 하나 있습니다

입천장 안쪽 끝, 코로 가는 통로에 괄약근처럼 생긴 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 문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힙니다.

ㅂ·ㄷ·ㄱ 같은 소리만 이어질 때는 이 문이 완전히 닫혀 있습니다. 공기가 전부 입으로만 나갑니다.

그런데 ㅁ·ㄴ·ㅇ 같은 소리가 나오는 순간 문이 확 열립니다. 실제로 말하는 동안 이 문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여닫힙니다.

창문을 열면 공기가 그쪽으로 순환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비음화가 일어납니다

“국물”을 생각해 봅시다. ㄱ 받침을 내려던 순간, 뒤의 ㅁ이 문을 열어버립니다. 문이 열렸으니 공기는 그쪽으로 순환하고, 앞 받침까지 그 통로를 타게 됩니다.

그래서 “궁물”이 됩니다. 뒤의 비음은 문을 여는 역할만 합니다. 바뀌는 건 앞 소리입니다.

이걸 알면 규칙을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문이 열렸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규칙을 지키는 게 아니라, 몸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겁니다.

받침에 힘을 주면 박자가 생깁니다

가장 흔한 문제는 받침을 정확히 하려고 힘을 주는 것입니다. “밥하고”를 “밥ㆍ하고”처럼 끊어 발음하면 없던 박자가 하나 생깁니다.

격음화도 같습니다. ㅎ이 들어가서 ㄱ이 ㅋ으로, ㄷ이 ㅌ으로, ㅂ이 ㅍ으로 바뀌는데, 이때 받침을 붙잡으면 소리가 딱딱해집니다. 속도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넘어가야 합니다.

연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받침을 세게 얹지 말고 옆으로 살짝 넘겨주세요.

문장에서는 두 지점만 맞추면 됩니다

모든 음절을 관리하려 들면 문장이 무너집니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앞소리를 맞추고, 끝소리를 맞추고, 나머지는 호흡으로 연결하면 맞습니다.

시작이 어긋나면 그 뒤로 발성이 계속 달라집니다. 그래서 처음을 제대로 맞추고 밀어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중간은 붙잡지 않아도 호흡이 이어줍니다.

“발음은 해야 합니다”

발성을 배우기 시작한 분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울림에만 집중하다가 발음을 통째로 놓치는 것입니다.

힘을 빼는 것과 발음을 하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빼되, 발음은 해야 합니다. 소리가 이상하게 뭉개진다면 그건 어딘가에 다시 힘을 줬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연습할 때 쓰는 보조 방법과 실제 목표 발음은 구분해야 합니다. 소리를 찾기 위해 잠깐 쓰는 장치들은, 잘 찾아지면 거기서 멈춰야 합니다. 도구를 목적으로 착각하면 그것 자체가 새로운 습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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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김설아 언어병리학 석사 · 전 아나운서

전 대구MBC 아나운서. 연세대 언어병리학 석사.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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