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단어는 아는데 질문에 대답을 못 한다면 묻는 방식을 바꿔보세요

“뭐 했냐고 물으면 대답을 안 해요.”

“단어는 많이 아는데 문장으로는 말을 못 합니다.”

“유치원에서 뭐 했는지 물어보면 ‘몰라’만 해요.”

— 아이 말하기를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하는 말입니다.

아이에게 “오늘 뭐 했어?” 하고 물으면 “몰라” 또는 침묵이 돌아옵니다. 단어는 많이 알고, 발음도 괜찮은 아이인데요.

기억력 문제로 보기 쉽습니다. 그런데 수업에서 보면 대개 다릅니다. 답할 틀이 없는 것입니다. 사건을 문장으로 묶어본 경험이 적은 것이죠.

그래서 저는 질문 방식을 바꿉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1단계 — 답하는 형식을 먼저 알려줍니다

질문부터 하지 않습니다. 답을 먼저 따라하게 합니다.

“선생님이 이제 질문할 테니까, 잘 듣고 했는지 안 했는지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자 먼저 따라해 볼게. ‘했어요.’“

답의 형태를 입에 한번 올려놓고 나서 묻습니다. 그러면 아이가 “뭐라고 말해야 하지”를 고민하는 데 힘을 쓰지 않습니다.

질문보다 답이 먼저입니다.

2단계 — 예/아니오로 물어서 부담을 낮춥니다

처음부터 “뭐 했어?”로 열어두면 아이가 막힙니다. “했어요? 안 했어요?” 로 물으면 둘 중 하나를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 ○○는 운동했어요? 안 했어요?” — 이렇게요. 답이 나오면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3단계 — 단어로 답하면 문장으로 올려줍니다

아이는 대개 “안 했어” 정도로 짧게 답합니다. 거기서 끝내지 않습니다.

“‘안 했어요’ — 자 ‘운동’까지 붙여보자. ‘운동 안 했어요.’“

목적어를 붙여 완전한 문장으로 복원합니다. 이걸 반복하면 아이 안에 “무엇을 + 어떻게 했다”라는 틀이 생깁니다.

혼내는 게 아닙니다. 틀린 걸 고치는 것도 아닙니다. 짧은 답을 받아서 긴 답으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4단계 — 예/아니오에서 ‘언제·뭐’로 올립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선택 질문이 익숙해지면 의문사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STEP 1
과거 — “케이블카는 언제 타봤어요?”
STEP 2
희망 — “말은 언제 타보고 싶어요?”
STEP 3
미래 — “오늘 저녁은 뭐 먹을 거예요?”
STEP 4
계획 — “언제 자전거 보조바퀴 뗄 거예요?”

시제와 양상이 전부 들어갑니다. 과거·희망·미래·계획이요. 설명으로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들어옵니다.

그리고 재료는 아이의 실제 경험이어야 합니다. 교재 문장으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실제로 타본 것, 먹은 것, 가본 곳을 물어야 대답이 나옵니다.

5단계 — 답을 농담으로 받아 대화로 늘립니다

답이 나오면 그냥 “잘했어”로 끝내지 않습니다. 반응을 합니다.

“언제 보조바퀴 뗄 거예요?” — “초등학생 되면요.” — “6학년 되면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니야?”

그러면 아이가 또 말합니다. 질답 연습이 대화가 됩니다. 연습처럼 느껴지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하루 5분, 발음부터 달라지는 연습

끊어 말하는 아이에게는 이유를 줍니다

문장으로 답하기 시작하면 다음 문제가 보입니다. 단어를 하나씩 뚝뚝 끊어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말해”라고 하면 아이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끊어서 말해도 되는데,
끊어서 말하면 말하는 게 힘들어.”

“그래서 이왕이면 연결해 줄 거예요.” 규칙이 아니라 이유를 줍니다. 아이에게는 “이게 맞는 방법이야”보다 “이렇게 하면 네가 덜 힘들어”가 움직입니다.

더 어린 아이에게는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바꿉니다. 리본체조의 리본을 떠올리게 하고 “이거 하나로 쭉 이어져 있지? 끊어져 있지 않지? 소리도 그래” 하는 식으로요.

판정 기준은 “맞았니”가 아닙니다

집에서 봐주실 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맞게 했니?”로 물으면 아이가 금방 지칩니다.

제가 쓰는 질문은 “알아들을 수 있어, 없어?” 입니다. 기준이 정확성이 아니라 전달입니다.

그리고 안 들렸으면 그대로 말해줍니다. “뭐랬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혼내는 게 아니라 결과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가 스스로 다시 냅니다.

소리의 길이도 같은 방식으로 가르칩니다. 두 소리를 나란히 들려주고 “선생님이랑 소리 길이가 다르다. 어디에 길게 하나 들어봐.” 아이가 판정에 참여합니다.

숙제는 ‘약속 하나’로 좁힙니다

여러 개를 챙기면 아이도 부모도 금방 지칩니다. 그래서 수업 끝에 이렇게 합니다.

“선생님이랑 약속 하나만 할까?” 항목을 하나로 좁히고, 아이가 “할 수 있어요” 라고 소리 내어 답하게 합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선생님 다시 확인할 거야” 라고 예고합니다.

세 가지가 다 필요합니다. 하나로 좁히기 · 본인이 말하기 · 확인 예고. 하나가 몸에 붙으면 다음 것은 훨씬 빠릅니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

“아이가 대답을 못 한다”는 같은 말에 원인이 갈립니다.

① 답할 틀이 없는 경우 — 단어는 아는데 문장으로 묶어본 적이 적습니다. 질답 단계를 올립니다.
② 열린 질문이 부담스러운 경우 — 선택 질문으로 낮추면 말합니다.
③ 소리가 안 받쳐주는 경우 — 말하기가 힘들어서 짧게 끝냅니다. 조음·연결부터입니다.
④ 언어발달 자체에 지연이 있는 경우 — 또래와 차이가 분명합니다.

①②는 질문 방식으로 달라지고 ③은 소리 작업이 먼저입니다. ④는 정식 평가가 먼저입니다. 특히 유창성 문제(말더듬)는 시기가 중요하니 기다리지 마세요. 구조적인 문제가 의심되면 진료가 먼저이고, 수술 뒤 조음 훈련이 언어재활사의 영역입니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 아이의 기록

목소리 때문에 놀림을 받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톤이 너무 높아 또래보다 어리게 들렸고, 발표 자리를 피했습니다.

하품 발성과 끊어 읽기로 톤을 내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5주 뒤에 발표 자신감까지 달라졌습니다. 톤이 높아진 이유부터 찾아서 거기를 손봤기 때문입니다.

“애기 목소리”로 놀림받던 아이의 5주

자주 묻는 질문

Q. 집에서 질문을 많이 해주면 될까요?
양보다 방식입니다. “오늘 뭐 했어?”만 반복하면 아이는 계속 막힙니다. 답을 먼저 들려주고 → 둘 중 하나 고르게 하고 → 문장으로 올려주는 순서로 바꿔보세요. 그리고 하루에 두세 번이면 충분합니다.

Q. 아이가 수업이나 연습을 지루해합니다.
재미있는 단어를 틀로 쓰고, 아이가 모를 만한 어휘를 섞고, 그림책 역할 놀이를 씁니다. 그리고 칭찬이 교정보다 먼저 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 수업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 아이에게 필요하다면 하고 싶어서 합니다.

Q. 발음 교정과 말하기 연습 중 뭐가 먼저인가요?
소리가 심하게 안 나오면 조음부터입니다. 다만 소리가 어느 정도 되는데도 대답을 못 한다면 더 이상 조음을 반복해도 안 바뀝니다. 그 지점이 질답으로 올라갈 때입니다. 그 판단은 한 번 들어보면 금방 갈립니다.

지역은 상관없습니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합니다. 지금도 국내 여러 지역은 물론 해외에 계신 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 수업에서는 보호자가 옆에 계시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그날 넘길 약속 하나를 그 자리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어떨까요

답할 틀이 없는 것일 수도, 열린 질문이 부담스러운 것일 수도, 소리가 안 받쳐주는 것일 수도, 정식 평가가 필요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네 경우의 다음 단계가 전부 다릅니다. 그리고 넷 다 부모님 귀에는 똑같이 “대답을 못 한다”로 들립니다. 한 번 들어봐야 구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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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김설아 스피치 코치 · 이러서라 대표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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