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알아듣는 건 아닌데, 좀 애매하대요.”
“제 말이 뭔가 고여 있는 느낌이 들어요.”
“또박또박 하려고 할수록 더 답답해져요.”
— 발음 때문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발음이 틀린 것도 아니고, 목소리가 작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듣는 사람이 “좀 애매하다”고 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려고 애를 써봐도 오히려 더 답답해져요. 왜 이럴까요?
“애매하다”가 잔인한 말인 이유
틀렸다고도 하지 않고, 잘했다고도 하지 않습니다. 고칠 데를 알려주지 않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이 말을 들은 분들은 대부분 혼자 추측해서 고치기 시작합니다. 그 추측이 맞으면 다행인데, 틀리면 노력한 만큼 더 멀어집니다.
발음이 틀린 게 아니라, 말이 끊겨 있습니다
말이 고여 있다, 벙벙하다, 바닥이 없다. 전부 같은 이야기입니다. 소리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입 안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에요. 우리 귀는 단어를 하나씩 듣는 게 아니라 흐름을 듣습니다. 글자는 다 맞는데 사이사이가 끊기면, 듣는 사람 머릿속에서 말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글자는 다 맞는데, 사이가 끊기면 말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받침이 안 들려요”라는 말을 들으면 생기는 일
받침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으면 어떻게 할까요? 받침 하나하나에 힘을 주기 시작합니다. 아주 열심히요. 그런데 수업에서 자주 보는 모습은 이렇습니다. 쉬운 자리에서는 받침을 과하게 터뜨리고, 정작 어려운 자리에서는 받침이 그대로 빠집니다. 받침을 못 하는 게 아니라, 고칠 자리를 잘못 잡은 겁니다.
지적받은 것을 고치려다, 엉뚱한 곳을 고치게 됩니다.
또박또박은 약이 아니라 증상일 수 있습니다
또박또박 말한다는 건 끊어서 말한다는 뜻입니다. 이미 끊겨서 안 들리는 상태인데, 거기에 더 끊어 붙이는 셈이에요. 게다가 또박또박 하려면 입과 혀와 목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런 순환이 만들어집니다.
“말이 점점 무거워진다”고 느끼신다면, 대개 이 자리에 계신 겁니다.
말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 1정확하게 말한다 — 누구나 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 2표현한다 — 속도와 세기를 조절할 줄 아는 단계
- 3마음을 움직인다 — 듣는 사람이 반응하는 단계
대화를 할 때 우리는 상대의 발음을 하나씩 듣지 않습니다. 흐름을 듣고, 때로는 마음을 듣습니다. 또박또박이 가장 중요한 단계는 생각보다 짧습니다.
그럼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요
이러서라에서는 울림부터 봅니다. 받침이 다음 소리로 넘어가려면 소리가 그 사이에도 계속 울리고 있어야 하거든요. 울림이 끊기면 받침은 넘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혀를 어디에 대느냐보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 이것입니다.
- 1울림 — 받침과 고모음에서 소리가 끊기지 않게 유지하기
- 2받침과 연음 — 받침을 찍지 말고 다음 소리로 넘겨 붙이기
- 3이중모음 — ‘면’, ‘껴’ 같은 소리를 뭉개지 않기
- 4감정 — 같은 문장을 다른 감정으로 읽어보기
감정은 재능이 아니라 호흡입니다
“말에 감정이 없다”는 말을 듣고 속상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감정은 호흡과 붙어 있습니다. 어디서 빨라지고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쏟아낼지를 결정하는 것이 호흡이거든요. 호흡을 쓸 줄 모르면 감정을 가지고 놀 수가 없습니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호흡을 쓸 줄 몰랐던 겁니다.
그러니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말에 너무 흔들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인생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쓸 줄 알면 되는 기술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또박또박 말하는 게 나쁜 건가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순서의 문제입니다. 소리가 이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또박또박부터 하면 끊김이 더 커집니다. 울림을 먼저 세우고 나면, 또박또박은 힘을 주지 않아도 따라옵니다.
Q. 받침이 약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받침 하나하나에 힘을 주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받침을 찍는 게 아니라 다음 소리로 넘겨 붙이는 연습이 먼저입니다. 어느 자리에서 끊기는지부터 찾아야 연습이 헛돌지 않습니다.
Q. 혼자 연습해도 되나요?
됩니다. 다만 어디가 끊기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반복하면 잘못된 습관이 같이 굳습니다. 녹음해서 들어보시고, 같은 문장에서 반복적으로 걸리는 자리를 먼저 찾아보세요. 구조적인 문제가 의심되면 의료기관 확인이 먼저입니다.
발음이 안 되면 우리는 보통 혀 탓을 하고, 말에 감정이 없으면 타고난 성격 탓을 합니다. 그런데 무엇인가를 탓하기 전에 한 번만 확인해보세요. 내 말이 어디에서 끊기고 있는가. 연습량이 아니라 연습 지점의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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