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면 괜찮아졌다가 말을 좀 하면 또 쉬어요.”
“치료받고 나았는데 몇 달 뒤에 또 생겼어요.”
“목이 아픈데 병원에서는 크게 이상 없다고 해요.”
—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성대결절은 성대에 굳은살처럼 생기는 조직입니다. 진단과 치료는 이비인후과의 영역입니다. 목이 계속 쉬거나 통증이 있다면 먼저 병원에서 성대 상태를 확인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이 글은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쉬고, 약을 쓰고, 좋아집니다. 그런데 몇 달 뒤 같은 자리에 또 생깁니다.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 이 사이클을 여러 번 돈 분들이 계십니다. 왜 자꾸 돌아올까요.
결절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손에 굳은살이 생기면 우리는 굳은살을 탓하지 않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힘이 들어갔는지를 봅니다. 성대도 같습니다. 결절은 성대의 같은 자리가 반복해서 세게 부딪혔다는 흔적입니다.
그러니 결절을 없애도 그렇게 부딪히게 만든 방식이 남아 있으면 다시 생깁니다. 쉬는 동안에는 안 부딪히니 좋아지고, 다시 말하기 시작하면 원래 방식으로 돌아가니 또 생깁니다. 낫고 재발하는 게 아니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겁니다.
결절을 없애는 것과
결절을 만든 방식을 바꾸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그럼 무엇이 그렇게 만드나
수업에서 확인해보면 몇 가지가 반복해서 나옵니다.
- 1크게 말하려고 목을 조인다. 목소리를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 목을 조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인 성대는 더 세게 부딪힙니다. 볼륨은 목이 아니라 공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 2소리를 앞쪽에서 낸다. 목 앞쪽에 힘을 주고 내는 소리는 성대를 긴장시킵니다. 공기가 크게 돌아 나갈 길을 안 쓰는 상태입니다.
- 3받침과 자음마다 힘을 준다. 또박또박 하려고 음절마다 닫으면 그때마다 성대가 한 번씩 멈추고 다시 부딪힙니다.
- 4말하는 내내 힘을 유지한다. 중요한 대목에만 넣고 나머지는 편하게 가야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주면 버틸 수가 없습니다.
“많이 말해서”가 원인이 아닌 경우
목이 자주 쉬면 대부분 “말을 너무 많이 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말하고도 멀쩡한 사람이 있고, 몇 마디에 목이 잠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양이 아니라 방식의 차이입니다.
실제로 말을 직업으로 하는 분들 중에는 하루 여덟 시간을 쓰고도 목이 안 쉬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튼튼해서가 아니라 부딪히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 방식은 배울 수 있습니다.
집에서 해볼 수 있는 확인
⚠️ 한 가지만 지켜주세요. 아프면 멈추셔야 합니다. 연습 중 통증이 있거나 쉰 목소리가 이 주 이상 계속된다면, 그건 연습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 병원에서 확인할 문제입니다.
1년에 걸쳐 되찾은 분의 기록
“허밍이 안 돼요.” 처음 오셨을 때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소리가 계속 갈라지고 아프고, 자꾸 끊겨서 말을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몇 마디 하고 기침하고, 다시 몇 마디 하고 기침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허밍은 아주 편하게 해야 하는데, 이분은 목에 한 번 힘을 주고 나서 허밍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대를 열어 놓은 상태에서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눌러 놓은 채로 내니 이미 힘이 들어가 있었던 겁니다. 타고난 문제가 아니라 오랜 습관과 반복된 긴장이 만든 상태였습니다.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소리가 나기 위한 몸의 준비부터 다시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허밍을 1초도 잇기 힘들었습니다. 6개월이 지났을 때 “하나도 못하던 단어가 문장이 되었어요”라고 하셨고, 1년 뒤 목소리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목을 쉬면 낫는다고 하던데, 쉬기만 하면 되지 않나요?
쉬는 동안에는 좋아집니다. 성대가 부딪히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다시 말하기 시작하면 예전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쉬는 것은 회복이지 해결이 아닙니다. 회복한 다음에 방식을 바꿔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Q. 병원 치료와 음성재활은 뭐가 다른가요?
역할이 다릅니다. 성대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병원의 일입니다. 말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음성재활이고, 언어재활사의 영역입니다.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순서 관계입니다. 진단을 먼저 받고, 그다음에 습관을 봅니다.
Q. 습관을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사람마다 다릅니다. 몇 주 만에 감을 잡는 분도 있고 1년을 보는 분도 있습니다. 다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빨리 하려고 속도를 붙이면 예전 습관으로 돌아갑니다. 천천히 새 방식을 또렷하게 만든 다음에 속도를 올리는 순서가 결국 가장 빠릅니다.
그렇다면 내 경우는 어떨까요
목을 조여서일 수도 있고, 소리를 앞쪽에서 내서일 수도 있고, 받침마다 힘을 줘서일 수도 있습니다. 겉으로 느끼는 증상은 “목이 쉰다” 하나인데, 그 안의 이유는 서로 다릅니다.
성대 상태는 병원에서 확인하시고, 말하는 방식이 어디에서 무리를 만들고 있는지는 따로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