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언어치료를 받는데 집에서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면 글자가 아니라 소리로 들려주세요

“센터에서는 잘한다는데 집에서는 그대로예요.”

“집에서 뭘 도와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글자는 아는데 말할 때는 이상하게 나와요.”

—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의 부모님들이 하는 말입니다.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의 부모님들이 공통으로 하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집에서는 뭘 해줘야 하나요?”

대개 “연습 많이 시켜주세요” 정도로 듣고 오십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시킬지가 구체적이지 않으면 실제로는 거의 못 하게 됩니다.

제가 수업에서 보호자께 넘기는 과제는 아주 좁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 글자가 아니라 소리로 들려주세요.

한글을 배우는 중인 아이는 쓰여진 대로 읽으려 합니다

최근 수업에서 한 아이의 ㄹ 발음을 쭉 훑어봤습니다. ‘자리’, ‘소리’, ‘머리’, ‘부리’… 몇 개는 매끄럽고 몇 개는 안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들어보니 ㄹ을 못 내는 게 아니었습니다. 소리 자체는 나왔습니다. 안 되는 건 이어 넘기는 것이었습니다.

원인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이 나이대 아이는 한글을 배우는 중입니다. 유치원과 책에서 글자 중심의 입력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쓰여진 대로 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쪽으로 처리가 강화됩니다.

소리 내는 것과 읽는 것은
달라야 하는데,
그 구분이 아직 안 선 시기입니다.

‘눈물이’는 글자로는 그렇게 쓰지만 말할 때는 [눈무리] 입니다. ‘늦잠’은 [늦짬], ‘출발할게요’는 [출발할께요] 입니다. 글자를 막 익히는 중인 아이에게는 이 불일치가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보호자가 할 일은 ‘소리로 들려주기’입니다

이 경우 교정이 처방이 아닙니다. 입력을 보충하는 것이 처방입니다.

아이가 글자를 보고 “눈·물·이”로 읽으면, 고치라고 하지 않고 옆에서 [눈무리]로 한 번 들려주시면 됩니다. 설명도 필요 없습니다. 규칙 이름을 말해도 아이는 못 알아듣습니다.

수업에서도 같은 방식입니다. 두 가지를 틀리게 들려주고 그 사이를 가리킵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 중간.” 그러면 맞춥니다.

이걸 반복해서 들려주면 아이 안에 두 가지 통로가 생깁니다. 읽는 통로와 말하는 통로요. 그 구분이 서면 연음은 저절로 넘어갑니다.

하루 5분, 발음부터 달라지는 연습

집에서 연습시킬 때 — 아이 기준은 ‘맞았니’가 아닙니다

부모님이 아이 발음을 봐주실 때 가장 흔한 함정이 “맞게 했니?”로 묻는 것입니다. 아이는 금방 피곤해집니다.

수업에서 제가 쓰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알아들을 수 있어, 없어?”

기준이 정확성이 아니라 전달입니다. 그러면 아이도 판정에 참여합니다. “안 들려”라고 하면 아이가 스스로 다시 냅니다. 혼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푸는 일이 됩니다.

그리고 들려준 다음에는 거둬들이세요. 수업에서는 이렇게 합니다 — 소리를 들려주고, 따라하게 하고, 맞으면 “이제 안 들려줄 거야. 혼자서 해봐.” 모델이 계속 있으면 모델 없이는 못 냅니다.

연습 단어는 ‘모르는 단어’로 고르세요

같은 ㄹ 연습을 할 때 ‘사과·나라’ 같은 익숙한 단어만 쓰면 조음만 반복됩니다. 저는 아이가 모를 만한 단어를 섞습니다.

‘부리’를 하면서 “새 주둥이를 부리라고 해”, ‘이리’를 하면서 “늑대랑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 있어”, ‘거품’을 하면서 “비누방울처럼 보글보글 생기는 거” — 이렇게요.

같은 시간에 조음과 어휘가 함께 올라갑니다. 그리고 새 단어가 나오면 아이가 집중합니다. 아는 단어만 반복하면 금방 지루해합니다.

표적 소리가 들어간 단어 중에서 고르시면 됩니다. ㅁ받침을 연습한다면 사막·홍수·고함·구름·기쁨·도심·걸음처럼요.

발음에서 멈추지 마세요 — 역할 놀이까지

조음이 어느 정도 되면 그다음은 말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물어도 대답을 못 하는 아이가 많습니다. 기억력 문제가 아니라 사건을 문장으로 묶어본 적이 없어서입니다.

그래서 그림책으로 역할 놀이를 합니다. 아이가 캐릭터가 되어 말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것들이 들어옵니다.

STEP 1
상황 인지 — “어? 여기 어디지?”
STEP 2
감정 읽기 — “표정이 어때? 화가 나 있지?”
STEP 3
사과 — “정말 죄송해요”
STEP 4
이유 설명 —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STEP 5
수습 — “다시 모셔다 드릴게요”

‘~바람에’ 같은 표현이 연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 설명으로 가르치면 어려운 문법인데, 상황 안에서는 그냥 쓰입니다. 집에서도 책 읽으실 때 한 번씩 역할을 나눠보시면 좋습니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

“치료를 받는데 집에서는 그대로다”는 같은 말에 원인이 갈립니다.

① 소리는 되는데 못 잇는 경우 — 단어는 되고 문장은 안 됩니다. 연결 훈련입니다.
② 글자대로 읽으려 하는 경우 — 한글 학습 중에 흔합니다. 소리로 들려주는 입력이 필요합니다.
③ 치료실과 집의 입력이 다른 경우 — 집에서 글자 중심 입력만 들어가면 상쇄됩니다.
④ 아직 소리 자체가 불안정한 경우 — 이 경우는 조음 단계를 더 하는 게 맞습니다.

②③은 보호자 쪽에서 바뀌는 부분이 큽니다. 그래서 “집에서 뭘 해야 하나”가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반대로 ④라면 가정 연습보다 치료 회기를 더 쌓는 게 먼저입니다.

그리고 아동의 유창성 문제(말더듬)는 시기가 중요합니다. 반복·연장·막힘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면 기다리지 말고 정식 평가를 받으세요. 구조적인 문제(구개열 등)가 의심되면 진료가 먼저이고, 수술 뒤에 남는 조음 훈련이 언어재활사의 영역입니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 아이의 기록

목소리 때문에 놀림을 받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톤이 너무 높아서 또래보다 어리게 들렸고, 발표 자리를 피했습니다.

하품 발성과 끊어 읽기로 톤을 내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5주 뒤에 발표 자신감까지 달라졌습니다. 톤이 높아진 이유부터 찾아서 거기를 손봤기 때문입니다.

“애기 목소리”로 놀림받던 아이의 5주

자주 묻는 질문

Q. 집에서 교정해주면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을까요?
교정하지 마시고 들려주세요. “틀렸어, 다시”가 아니라 옆에서 한 번 소리로 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판정 질문은 “맞았니”가 아니라 “알아들을 수 있니”로 바꾸세요. 그러면 아이가 평가받는 게 아니라 문제를 푸는 쪽이 됩니다.

Q. 하루에 얼마나 해야 할까요?
시간보다 항목 수가 중요합니다. 저는 보호자께 넘길 때 “이 단어 하나, 받침을 아예 없애기” 처럼 좁혀서 드립니다. 여러 개를 동시에 챙기면 아이도 부모도 금방 지칩니다. 하나가 몸에 붙으면 다음 것은 훨씬 빠릅니다.

Q. 치료가 종결됐는데도 어눌하면 어떻게 하나요?
종결은 “치료 목표에 도달했다”는 뜻이고 “더 나아질 데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치료의 끝과 말하기의 완성은 다른 지점입니다. 다만 아직 소리가 불안정하다면 조음 단계를 더 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 판단은 한 번 들어보면 금방 갈립니다.

지역은 상관없습니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합니다. 지금도 국내 여러 지역은 물론 해외에 계신 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 수업에서는 보호자가 옆에 계시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그날 넘길 과제를 그 자리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들려줘야 하는지 직접 들으시면 집에서 훨씬 정확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어떨까요

소리는 되는데 못 잇는 것일 수도, 글자대로 읽으려 하는 것일 수도, 집의 입력이 상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아직 조음 단계가 더 필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네 경우의 다음 단계가 전부 다릅니다. 그리고 넷 다 부모님 귀에는 똑같이 “아직 어눌하다”로 들립니다. 한 번 들어봐야 구분이 됩니다.

1분 무료진단

우리 아이는 소리를 못 내는 걸까요, 글자를 보고 있는 걸까요?

1분이면 됩니다. 몇 가지 질문에 답하시면 지금 무엇이 발목을 잡고 있는지 짚어드립니다. 결제도, 파일 업로드도 필요 없습니다.
내 소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1분 무료진단 받아보기 →

김

김설아 스피치 코치 · 이러서라 대표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다른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