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연습할 때 목소리와 말할 때 목소리가 따로 놉니다

“연습할 때는 되는데 대화하면 원래대로예요.”

“‘네’ 한마디부터 옛날 목소리가 나와요.”

“제 목소리를 진짜 바꿀 수 있을까요?”

— 수업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발성 연습을 하다 보면 이런 단계가 옵니다. 시키는 대로 하면 좋은 소리가 납니다. 본인도 압니다. 그런데 연습이 끝나고 “네” 하고 대답하는 순간, 원래 목소리가 나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좌절합니다. “역시 나는 안 되나 보다.” 그런데 이건 실패가 아니라 정해진 다음 단계입니다.

못 하는 게 아니라 갇혀 있는 겁니다

좋은 소리가 한 번이라도 났다면, 그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소리를 못 쓰시냐? 아니에요. 쓰실 수 있는데 내 습관에 그냥 갇혀 있는 거거든요.

평소에 목을 조이고 눌러서, 좁은 영역 안에서만 말해온 것입니다. 공기가 지나가는 구간도 짧아져 있고, 그 주변이 전체적으로 수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훈련의 목표는 새 소리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이미 낼 수 있는 그 소리로 계속 말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첫 번째 과제는 연습이 아니라 결심입니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기술이 아닙니다.

내가 이 소리를 아예 안 쓰겠다고 결심하는 게 1번이에요.

새 소리를 얹는 방식으로는 잘 안 됩니다. 옛 소리가 그대로 살아 있으면 조금만 급해져도 그쪽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가지 않는 영역을 정해서 잘라내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성대는 가만히, 공기로만 조절합니다

소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게 있습니다. 한 음을 길게 내는데 음이 계속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음이 유지가 안 된다는 건 성대가 계속 움찔거린다는 얘기예요. 계속 힘주고 싶어 하는 거거든요.

원리는 단순합니다. 성대는 열려 있고, 공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진동이 시작됩니다. 공기가 적게 나오면 진동이 잔잔하고, 많아지면 진동이 커집니다.

그러니까 크기도 높이도 공기로 조절하는 것입니다. 당겨서 올리거나 눌러서 내리는 게 아닙니다. 소리가 작아질 때도 힘을 준 게 아니라 공기가 줄어든 것뿐입니다.

다 공기로만 조절한 거예요. 모양은 가만히.

자음이 울림을 끊게 두지 마세요

ㅅ, ㅈ, ㅊ 같은 소리를 발음할 때, 성대의 울림이 자꾸 끊어지고 싶어 합니다. 자음을 만들려고 공기를 쓰기 때문입니다.

자음은 소리가 아니라 입니다. 혀가 닿았다 떨어지는 표시일 뿐이고, 울림은 그 아래에서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이렇게 연습하면 부작용처럼 느껴지는 게 하나 있습니다. ㅋ이 ㄲ처럼 살짝 들리는 것. 그건 맞게 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공기보다 울림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진짜 된소리가 되어버리면 그건 힘을 준 겁니다.

제일 자주 하는 말부터 바꿔야 합니다

이제 실생활로 옮길 차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긴 문장부터 시작하면 안 됩니다.

제일 자주 하는 말부터 바꿔 나가는 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한 글자지만 쉽지 않아요.

“네”, “아니요”. 하루에 수십 번 하는 이 대답부터 바꿉니다. 실제 수업에서도 질문을 계속 던지고 대답만으로 발성을 유지시킵니다.

끝소리도 봐야 합니다. “아니요”를 말하고 나서 성대를 탁 닫아버리면 소리가 짧고 툭 끊긴 느낌이 됩니다. 말이 끝난 다음에도 성대는 열려 있어야 합니다.

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은, 는, 면 — 이 세 개에서 앞쪽으로 빠지지만 않아도 말이 크게 달라집니다.

앞으로 가고 싶은 충동을 차단하세요

실전에서 무너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대답하려고 하면 톤이 올라가고 소리가 앞으로 빠집니다. 그게 익숙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내 기분에는 여기까지 가고 싶은 충동이 계속 드실 거예요. 그걸 차단해 줘야 돼요.

중요한 건, 붙잡아 둔 그 톤이 어색한 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듣기에는 오히려 그쪽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본인 감각에는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늘 그 위까지 갔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엄청 천천히 말해야 합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급해지는 순간 옛 자리로 돌아가니까요.

대신 이건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속도가 붙으면 발음은 알아서 정확해집니다. 지금 챙겨야 할 건 발음이 아니라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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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언어병리학 석사 · 전 아나운서

전 대구MBC 아나운서. 연세대 언어병리학 석사.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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