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타고나지 않아서 안 되는 것 같아요.”
“남들처럼 표현하려니까 오히려 더 어색해져요.”
“읽으면 꼭 대충 읽은 것처럼 들린다고 해요.”
— 수업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수업에서 표현력을 보려면 광고 카피를 읽혀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광고는 낭독 중에서 표현의 폭이 가장 넓고, 주어진 시간이 가장 짧은 장르입니다. 15초 안에 문제를 던지고 해결을 보여주고 브랜드를 남겨야 합니다.
그래서 광고 카피는 내가 평소에 표현을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가 가장 빨리 드러나는 시험지입니다. 평소 대화에서는 티가 안 나던 것이 여기서는 첫 문장부터 티가 납니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해본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거의 모든 분이 같은 말을 합니다. “타고난 사람이 부럽죠”, “사람이 다 타고난 게 다르니까요”, “소리를 자유자재로 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 대답은 늘 같습니다. 우리가 안 해봐서 못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습니다. 표현은 재능이 아니라 경험의 문제입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소리를 내려니 당연히 서툴고, 서툰 게 곧 어색하게 느껴지고, 어색하면 “난 안 되는구나”로 결론을 내립니다.
그런데 오늘 한 번 해보면, 다음에 비슷한 걸 만났을 때 오늘보다 더 자신감 있게, 오늘보다 더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재능이 늘어난 게 아니라 해본 것이 하나 늘어난 겁니다.
못하는 것과 못할 것은 다릅니다.
대부분은 그냥 안 해본 것입니다.
남을 따라하면 오히려 더 어색해집니다
표현을 배우려고 원본을 먼저 듣는 분이 많습니다. 성우가 어떻게 읽었는지 확인하고 그대로 해보려 합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더 어색해지는 지름길입니다.
분위기를 참고하는 것과 따라하는 것은 다릅니다. 따라하려는 순간 내 소리는 원본과 나 사이 어딘가에 어정쩡하게 놓입니다. 원본도 아니고 나도 아니어서 듣는 사람이 바로 불편해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내가 누군가에게 이걸 표현한다면 나는 어떤 식으로 말할까요?” 여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얄밉게 말해도 되고, 새침하게 말해도 되고, “야, 내가 알려줄게” 하는 느낌도 좋습니다. 친구한테 말하듯이 해도 됩니다. 내 것이면 어색하지 않습니다.
원래 목소리 톤이 낮은 분이라면 그것까지 계산에 넣으세요. 낮은 톤으로 경쾌한 카피를 읽으면 문장이 처집니다. 무리하게 높이는 게 아니라, 내가 낼 수 있는 범위에서 가볍게 얹으면 됩니다.
광고는 내레이션이 아닙니다
많은 분이 광고를 내레이션처럼 읽습니다. 차분하고 정확하게. 그러면 느리고 힘없게 들립니다. 광고는 몇 초에 한 번씩 지나갑니다. 내 목소리도 에너지가 있고 조금 더 빨라야 합니다.
그리고 광고 카피에는 거의 항상 세 덩어리가 있습니다. 덩어리마다 목소리가 바뀌어야 합니다.
- 1문제 제시 — 불평하듯, 답답하다는 듯. 친구에게 투덜거리는 톤입니다.
- 2해결 제시 — “내가 알려줄게” 하는 톤으로 전환합니다. 여기서 목소리가 바뀌지 않으면 광고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3브랜드명 — 또박또박 제대로 표현합니다. 여기만은 흘리면 안 됩니다.
끝까지 호흡을 보내세요
표현이 살지 않는 가장 흔한 기술적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호흡만 쓰고 성대를 덜 울리는 것입니다. 숨은 나가는데 소리가 실리지 않아서, 본인은 표현했다고 느끼지만 듣는 쪽에는 힘없이 닿습니다.
특히 어절 끝과 문장 끝에서 힘을 놓습니다. “어제는 두 번째”에서 “째”를 놓고, “기다리고 있을까요?”에서 “까요”가 작아집니다. 본인은 “여기까지 오면 호흡이 딸려요”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건 폐활량 문제가 아니라 배분 문제입니다. 앞에서 크게 쓰고 뒤에서 아끼는 습관이 굳은 것입니다. 끝을 놓지 말고 그 정도 호흡이 끝까지 올라와 있어야 에너지 있게 들립니다.
한 가지 더. ㅍ·ㅃ 같은 파열이 센 소리는 성대 앞쪽을 건드립니다. 이런 소리에서 목이 걸리는 느낌이 들면 세게 터뜨리는 대신 부드럽게 내보세요.
어색함의 정체는 흥의 부재입니다
판소리 느낌이 들어간 광고를 재료로 써본 적이 있습니다. 해보시면 다들 웃으면서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판소리는 결국 스피치입니다. 대중 앞에서 표현하는 일이고, 억양과 방식이 지금과 다를 뿐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는 똑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내 안에 없는 게 아니라, 한국인이기 때문에 내 안에 이미 살아 있습니다. 배워서 넣는 게 아니라 꺼내는 일입니다.
흥이 빠지면 굉장히 어색하고 쑥스러워집니다.
흥이 있으면 같은 말도 어색하지 않게 나옵니다.
표현이 어색한 분들은 대개 성격을 탓합니다. “제가 내성적이라서요.” 하지만 실제로 빠져 있는 건 성격이 아니라 가슴에서부터 올라오는 흥입니다. 그게 들어오면 기술을 하나도 더 배우지 않아도 말이 달라집니다.
오늘 해볼 것
덧붙이면, 이 연습을 계속하면 듣는 귀가 먼저 바뀝니다. 라디오나 TV를 볼 때 내용과 얼굴만 보던 사람이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연습하지 않는 시간에도 배우고 있는 상태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표현력은 타고나는 것 아닌가요?
표현의 폭은 경험에 비례합니다. 해본 방식이 많은 사람이 표현이 넓은 것이고, 그 사람도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한 번 해본 표현은 다음에 반드시 더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재능으로 결론 내리기 전에 몇 번 해봤는지를 먼저 세어보세요.
Q. 문장 끝에서 목소리가 작아지는 건 폐활량 문제일까요?
대부분 아닙니다. 배분 습관입니다. 앞에서 호흡을 크게 쓰고 뒤에서 아끼면 끝이 무너집니다. 짧은 문장부터 끝까지 호흡을 유지하는 연습을 하고, 길이를 늘려가세요. 끝이 살면 같은 내용도 에너지 있게 들립니다.
Q. 성우처럼 읽으려고 따라하는 게 도움이 안 되나요?
구조와 속도를 참고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소리 자체를 모사하면 원본도 나도 아닌 어정쩡한 소리가 나옵니다. 참고는 어디서 끊고 어디서 톤을 바꿨는지까지만 하고, 소리는 내 것으로 내세요.
이러서라(ERUSEORA) 대표.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전 대구MBC 아나운서. 발음·발성·비유창성을 임상적으로 교정하며,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저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