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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가 짧아서 ㄹ 발음이 안 된다고요? 혀를 신경 쓰는 게 원인입니다

“제가 혀가 짧은 것 같아요.”

“ㄹ 발음만 하면 혀가 꼬입니다.”

“연습을 해도 그 발음만 계속 걸려요.”

수업에서 혀를 직접 봅니다. 대부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ㄹ 발음이 안 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자기 진단이 있습니다. “혀가 짧아서요.” 또는 “혀가 길어서요.”

수업에서 혀를 길게 빼서 직접 봅니다. 거의 매번 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혀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혀가 아니라 혀를 신경 쓰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내 혀가 길다고 생각하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집어넣거나 줄이고 싶어집니다. 짧다고 생각하면? 더 빼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혀 모양을 의심하는 순간, 반드시 혀를 조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작은 긴장입니다. 힘이 들어간 혀는 탄성을 못 씁니다. ㄹ은 혀가 튕겨야 나는 소리인데, 이미 굳어 있으면 튕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소리가 나빠집니다.

수업에서 이런 분들의 입을 보면 금방 압니다. 혀끝이 뾰족하게 보입니다. 그렇게 보인다는 건 이미 힘이 잔뜩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ㄹ을 낼 때 혀가 보일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발음이 안 좋다”는 말을 들을수록 더 굳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칩니다. 발음 지적을 받아본 사람일수록 그 소리 앞에서 미리 굳습니다. 피드백을 받으면 받을수록 긴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지금 내 혀는 아주 긴장해 있다고 생각하시라고. 그리고 이제부터 혀에게 들려줄 말은 이것입니다.

“긴장하지 마. 괜찮아. 잘하고 있어.”

우스워 보여도 이게 첫 처방입니다. 힘이 빠지지 않으면 그 뒤의 어떤 연습도 효과가 없습니다. 모든 발음은 기본이 힘을 풀고 있는 상태입니다.

ㄹ은 하나가 아닙니다

“ㄹ이 안 된다”고 뭉뚱그리면 고칠 수가 없습니다. 저는 ㄹ을 세 가지로 나눠 봅니다.

STEP 1
**첫소리 ㄹ** — 힘을 크게 써도 되는 자리입니다. 사실 이건 ㄹ보다 **ㄷ에 가깝습니다.** 눌렀다가 터지듯 튕겨 나옵니다.
STEP 2
**떨어지면서 나는 ㄹ** — 혀가 붙었다가 툭 떨어지는 힘으로 납니다.
STEP 3
**단어 중간에 오는 ㄹ** — 앞뒤 환경에 따라 달라지고, 가장 어렵습니다.

그리고 모음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입안 공간이 넓은 소리(라·로)는 되는데, 공간이 좁은 소리(리·르)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중모음(려·료·류)이 안 되는 것도 결국 “리”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릴리”처럼 들린다면 동작이 틀린 겁니다

ㄹ을 여러 번 반복해 보세요. “리리리리”로 이어져야 하는데 “릴리 릴리”처럼 없던 받침이 생긴다면, 소리의 문제가 아니라 움직임의 문제입니다.

ㄹ은 가만히 있다가 혀가 올라갔다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올라간 자리에서 힘을 한 번 주고 떨어지면 그 힘이 받침으로 들립니다. 힘주는 지점이 하나 더 생긴 겁니다.

단어 중간의 ㄹ은 이렇게 연습합니다. “머리”가 안 되면 먼저 “머 · 리”로 끊어서 각각 정확히 만들고, 그게 되면 붙입니다. 처음부터 붙여서 백 번 해봐야 붙은 채로 틀립니다.

가장 자주 쓰는 것부터 고치세요

교정 순서를 정할 때 저는 어려운 것부터 하지 않습니다. 자주 나오는 것부터 합니다.

ㄹ에서 제일 자주 나오는 건 사실 단어가 아니라 조사 “를”, “로”입니다. 말할 때마다 나오죠. 그 말이 나올 때마다 발음이 흔들리면, 듣는 사람에게는 그 흔들림이 계속 들립니다.

많이 들리는 것부터 고치면, 듣는 사람이 먼저 “괜찮아졌다”고 느낍니다.

빨라진다는 건 생략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자주 하는 오해 하나. 빠르게 말하려고 하면 대부분 소리를 빼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없애서 빨리 가려는 겁니다.

아닙니다. 정확하게 연습한 다음, 그 정확함을 유지한 채로 빨라지는 것입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냥 빨라지는 겁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히려 과장해서 연습합니다. 느리고 크게. 그 다음에 속도를 올립니다.

연습량보다 방향이 먼저입니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 내 소리가 100점 중 50점이어도, 움직임이 맞다면 연습할수록 좋아집니다. 시간이 내 편입니다.

그런데 움직임이 틀렸다면, 연습할수록 더 나빠집니다.

그래서 혼자 무작정 반복하기 전에 지금 하고 있는 동작이 맞는 방향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혀가 짧아서가 아닙니다. 방향이 정해지면 나머지는 시간 문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말 혀 길이는 발음과 상관이 없나요?
설소대가 지나치게 짧아 혀 움직임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는 별개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ㄹ 발음이 안 된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혀에 이상이 없고, 혀 길이를 의식해 조작하면서 긴장이 생긴 경우입니다.

Q. ㄹ 발음은 혀를 굴려야 하나요?
영어의 r처럼 굴릴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굴리려 할수록 힘이 들어갑니다. 첫소리 ㄹ은 ㄷ처럼 눌렀다 터지는 동작에 가깝고, 공기를 충분히 써야 튕기는 힘이 생깁니다.

Q. 혼자 연습해도 되나요?
움직임이 맞다면 혼자 반복해도 좋아집니다. 다만 “릴리”처럼 없던 받침이 생기거나 혀끝이 보일 정도로 힘이 들어간다면, 그 상태로 반복하면 습관이 굳습니다. 방향부터 확인하고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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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 · 전 대구MBC 아나운서

이러서라(ERUSEORA) 대표.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전 대구MBC 아나운서. 발음·발성·비유창성을 임상적으로 교정하며,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저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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