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하는데 왜 어색하다고 할까요.”
“말할 때 이상하게 거리감이 느껴져요.”
“혼자 연습하니까 한계가 오는 것 같아요.”
— 수업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말투가 어색하다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발음부터 손봅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확하게, 말끝까지 또렷하게. 성실한 대응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수록 더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확해질수록 어눌하게 들리는 이상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발음이 아니라 음도입니다
우리말에는 음이 반드시 올라가는 자리가 있습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은 이걸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다른 억양 환경에서 말을 익힌 분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음을 떨어뜨립니다. 발음은 정확한데 음이 반대로 갑니다. 듣는 쪽에서는 발음이 아니라 억양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정작 본인은 어디가 문제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발음을 더 정확하게 해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고쳐야 할 건 그 자리의 음높이입니다.
음이 올라가는 네 자리
규칙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전부 성대가 긴장하거나 공기를 많이 쓰는 소리입니다.
- 1고모음 ㅣ — 이 소리에서는 성대가 자연스럽게 긴장합니다. 긴장하면 음이 올라갑니다.
- 2ㅣ가 들어간 이중모음 — ㅕ, ㅑ, ㅖ 같은 소리도 같은 이유로 전부 음가가 높아집니다.
- 3ㅎ, ㅅ, ㅋ, ㅌ — 공기가 많이 통과하는 소리라 음도가 높습니다.
- 4된소리(ㄲ, ㄸ, ㅃ, ㅆ, ㅉ) — 성대를 강하게 긴장시켜서 음이 조금 올라갑니다.
고모음에서 성대가 긴장된다는 건, 음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거예요.
“학교”에서 첫 글자가 올라가야 하고, “시험”에서 첫 글자가 올라가야 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발음 규칙이 아니라 성대의 물리적 반응입니다.
그런데 다 올리면 안 됩니다
여기서 흔한 실수가 나옵니다. 음을 올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문장 전체를 올려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노래하듯 들립니다.
평소 말투는 그대로 두고, 떨어지던 그 자리만 올리면 됩니다. 나머지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냥 쭉 보내시고, 지금 떨어지는 음도만 위로 올려 주셔야 됩니다.
물음표가 붙었다고 무조건 끝을 올리는 것도 아닙니다. “어때?”는 살짝만 올라갑니다. 그 이상 올리면 과합니다.
말끝을 열심히 하면 어색해집니다
이제 반대쪽 문제입니다. 음을 정확히 쓰기 시작해도 여전히 어색하다면, 원인은 말끝입니다.
서술어 부분을 너무 열심히 하면 어눌하게 들려요. 우리는 말을 할 때 속도감이 있게 말하잖아요.
“됐어요”, “잘 지냈어” 같은 말끝을 한 글자씩 또박또박 발음하면, 그 정확하게 하려는 느낌 자체가 뉘앙스로 들립니다. 내용은 맞는데 말투가 낯설어집니다.
말끝은 오히려 대충 해야 자연스럽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발음보다 속도와 연결을 먼저 챙겨야 합니다.
같은 이유로, 띄어쓰기대로 끊어 읽어도 어색해집니다. 글에는 띄어쓰기가 있지만, 말에는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끊어 읽으면 호흡이 매번 끊깁니다.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만, 띄어쓰기 없듯이 말해 줘야 돼요.
그리고 호흡이 이어지면 발음 자체가 달라집니다. “영화”를 두 글자로 끊으면 어색하고, 하나로 붙이면 자연스러워집니다. 발음을 고친 게 아니라 호흡을 이은 결과입니다.
입모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 발음을 하려고 입을 끝까지 오므리면 오히려 부자연스럽습니다. 입모양보다 음도가 먼저입니다.
앞소리가 항상 더 높습니다
한 가지 더 기억할 규칙이 있습니다. 우리말은 앞소리가 뒷소리보다 높습니다. 두 글자 단어를 소리 내 보면 대부분 첫 글자가 높습니다.
그래서 뒷부분을 강조하면 의미가 이상해집니다. 문장 전체로 보면 음이 계단처럼 내려오는 모양이 자연스럽습니다.
또 하나. 발성을 한 단어에서만 바꾸면 그것도 귀에 걸립니다. “왜 여기서만 소리가 달라지지?” 하는 느낌이 듭니다. 특정 단어만 신경 써서 만들지 말고 전체를 같은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발성 연습이 해주는 일, 해주지 않는 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연습하면 고쳐지나요?” 정직하게 답하면 이렇습니다.
특정 음을 올리는 데 어려움이 없어지지, 원래 낮추던 패턴 자체가 갑자기 높아지진 않아요.
발성 훈련은 그 음을 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지금은 그 음을 쓰려고 하면 다른 발성으로 넘어가 버리고,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음처럼 느껴집니다. 연습을 해두면 그게 편해집니다.
하지만 쓰게 만드는 건 다른 일입니다. 그건 귀에서 옵니다.
귀가 먼저 열려야 합니다
“여기서 음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의 말이 다르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음을 올리는 게 들립니다.
“아, 저런 느낌이었구나”가 잡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바뀝니다. 연습으로 소리가 나오게 만들어 놓고, 귀로 자리를 찾는 것 — 이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할 일은 연습 하나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어디서 음을 올리는지 가만히 들어보는 것. 그게 절반입니다.
전 대구MBC 아나운서. 연세대 언어병리학 석사.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