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소리는 원래 이런 것 같아요.”
“어쩌다 한 번은 잘 나오는데 다시 안 돼요.”
“힘을 뺐는지 아닌지를 제가 모르겠어요.”
— 목소리를 바꾸려 해본 분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입니다.
목소리를 바꾸려는 분들은 대개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목소리는 원래 이렇고, 좋은 목소리는 저 밖에 따로 있으니 그걸 가져와야 한다고요.
그런데 수업에서 녹음을 함께 들어보면 거의 항상 이렇습니다. 한 번 읽는 동안에도 좋은 소리가 몇 초는 나옵니다. 시작은 긴장되고, 중간에 갈라지고, 어디선가 멈추는데 — 그 사이에 분명히 좋은 구간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소리가 없는 게 아니라, 그 구간이 좁다는 것입니다.
훈련은 새로 만들기가 아니라 구간 넓히기입니다
수업에서 제가 하는 말은 이렇습니다. “어, 이 느낌 좋은데. 그러면 이 소리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하고, 이 소리를 유지하려고 하고.”
좋은 소리가 나온 3초가 있다면, 그 3초를 앞으로 당기고 뒤로 밀어 5초로, 10초로 넓히는 것입니다. 이 생각을 계속 하고 있으면 구간이 점점 늘어납니다.
없는 소리를 찾지 마세요.
나온 소리를 늘리세요.
이게 왜 중요한가. 방향이 달라집니다. 없는 것을 만들려 하면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톤을 낮춰보고, 더 크게 내보고, 다른 사람 소리를 따라해봅니다. 그러면 기준점이 계속 흔들려서 뭐가 좋았는지도 잊습니다.
이미 나온 소리를 늘리려 하면 기준점이 내 안에 고정됩니다. 비교 대상이 남이 아니라 아까의 내 소리가 됩니다.
그 좋은 소리를 어떻게 알아보나 — ‘쨍한 느낌’
여기서 막힙니다. 좋은 소리가 나왔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덜 힘든가”로 판정합니다. 그런데 그 기준으로 가면 점점 작아집니다. 힘을 뺀 게 아니라 그냥 소리를 줄인 것인데, 편하니까 잘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힘이 완전히 빠진 상태는 조용한 상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큰 소리가 명료하게, 진동이 잘 되면서 나옵니다. “쨍한 느낌” 이 있고, “어 나 목소리 좀 괜찮은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이 옵니다.
그 느낌이 나는 순간이 정답입니다. 힘이 빠진 상태를 ‘없음’이 아니라 ‘최대 출력’ 으로 이해해야 찾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시를 과하게 따르면 다른 데가 굳습니다
“힘 빼세요”, “하품하듯이” 같은 말을 들으면 성실한 분들은 더 열심히 합니다. 더 하품하고, 더 내리고, 더 뒤로 보냅니다. 그런데 이러면 뒤쪽을 잡아버립니다.
하품은 목표가 아닙니다. 힘을 빼기 위한 수단입니다. 수단을 목표로 오해하면 앞의 힘을 뺀 자리에 뒤의 힘이 들어옵니다. 앞을 조이던 사람이 뒤를 조이게 될 뿐입니다.
이미 잘 나오고 있을 때 더 하려는 것도 같은 문제입니다. 소리가 잘 나오는데도 자꾸 더 뒤로 보내려 하면 성대가 헷갈립니다. 그 결과가 흔들림입니다.
흔들림을 없애는 방법 — 커다란 통나무
목소리가 흔들리면 성대를 붙잡아 고정하려 합니다. 그런데 성대의 미세한 움직임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공기가 커다란 통나무처럼 굵게 나가고 있다면, 성대가 조금 움찔거려도 소리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공기가 가늘어지면 같은 움찔거림이 그대로 들립니다.
흔들림은 성대를 잡아서가 아니라
공기를 굵게 유지해서 사라집니다.
그래서 음이 올라갈 때 지시가 직관과 반대입니다. 높은 음에서 사람은 공기를 아끼고 목을 조입니다. 올라갈수록 공기를 더 보내고 에너지를 더 써야 합니다.
집에서 해보는 구간 넓히기 — 네 단계
목표를 ‘전체를 잘 읽기’로 잡으면 매번 실패합니다. 목표는 ‘표시 구간을 1초 늘리기’입니다. 그래야 진전이 보이고, 진전이 보여야 계속하게 됩니다.
그리고 끊지 마세요. 끊는 이유는 대개 능력이 아니라 예측입니다. “여기서부터 안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먼저 와서 미리 놓아버립니다. 앞에서 안 끊었던 느낌을 기억하고 그대로 밀고 가세요.
같은 증상, 다른 원인
“목소리가 안 좋아진다”는 같은 말에 원인이 갈립니다.
① 좋은 소리가 아직 한 번도 안 나온 경우 — 드물지만 있습니다. 이때는 기본 드릴부터 필요합니다.
② 나오는데 못 알아보는 경우 — 판정 기준이 ‘덜 힘든가’로 잡혀 있습니다. 가장 흔합니다.
③ 알아보는데 못 유지하는 경우 — 구간 넓히기 연습이 필요합니다.
④ 지시를 과하게 따라 다른 데가 굳은 경우 — 열심히 한 분들에게 생깁니다.
②③④는 이미 소리를 가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①의 처방(새 발성을 배우기)을 계속 받으면 제자리입니다. 네 가지가 본인 귀에는 똑같이 “안 된다”로 들리기 때문에 구분이 어렵습니다.
방법이 맞는지도 계속 다시 재봅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떤 학생이 천천히·정확하게 쌓는 방식으로 잘 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속도를 올려도 될까가 궁금해서, 그날 일부러 빠르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던져 반응을 봤습니다.
결과는 “아직 아니다” 였습니다. 길을 아는데도 속도가 붙으면 긴장이 먼저 와서 방해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결론은 이랬습니다 — 기본기에 더 충실하게, 급한 마음 없이 묵직하게.
이 테스트를 중간중간 다시 합니다. 상황이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연습이 쌓이면 어느 시점에는 속도를 올려도 유지되는 때가 옵니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재봐야 알 수 있습니다. 커리큘럼을 미리 정해놓고 따라가는 것으로는 그 시점을 맞출 수 없습니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 분의 기록
목소리가 작아 대화조차 조심스러웠던 분이 있었습니다. 생각은 또렷한데 말이 시작되는 순간 성대가 흔들리고, 받침에서 소리가 끊어졌습니다.
크게 말하려고 목에 힘을 주면 오히려 더 작고 갈라집니다. 발음 문제가 아니라 소리를 유지하는 힘의 문제였습니다. 하품 발성으로 받침을 익히고, 성대 진동을 끊지 않고 잇는 훈련을 했습니다. 받침은 세게 내는 대신 옆으로 흘려 넘겼습니다.
6회차를 지나 변화가 왔습니다. 문장에 중심이 잡히고 핵심어를 살려 읽는 힘이 생겼습니다. 그분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 “예전엔 말하면 힘들었는데 지금은 소리가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자주 묻는 질문
Q. 좋은 소리가 났는지를 제가 판단할 수 있을까요?
녹음하면 훨씬 쉬워집니다. 본인 귀에는 머리뼈를 타고 오는 소리가 섞이기 때문에 실제 나간 소리와 다르게 들립니다. 판정 기준은 “쨍하게 울렸는가” 입니다. “편했는가”만으로 보면 작아진 것과 구분이 안 됩니다.
Q. 음이 올라갈 때 목이 간질간질합니다.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안 쓰던 근육을 쓰기 시작할 때 오는 느낌입니다. 위로 올라가면 특히 그렇습니다. 그 자리에 힘을 주고 싶어져서 생기는 감각이기도 합니다. 유지하면서 계속 쓰면 없어집니다. 다만 통증이나 쉰 목소리가 2주 넘게 이어진다면 그건 다른 문제이니 병원 진료를 먼저 받으세요.
Q. 연습을 몇 개월 했는데 좋아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본인은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매일 듣기 때문입니다. 몇 달 전 녹음과 나란히 들어보세요. 그리고 목표를 ‘전체가 잘 되기’가 아니라 ‘잘 나오는 구간 늘리기’로 바꿔보세요. 전자는 측정이 안 되고 후자는 됩니다.
그렇다면 내 경우는 어떨까요
좋은 소리가 아직 안 나온 것일 수도, 나오는데 못 알아보는 것일 수도, 알아보는데 못 유지하는 것일 수도, 너무 열심히 해서 다른 데가 굳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네 경우의 처방이 전부 다릅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소리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내 소리가 어느 쪽인지는 한 번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