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어는 꼭 걸려요. 그 단어만 피해서 말합니다.”
“말하기 전에 ‘이거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먼저 와요.”
“연습할 땐 되는데 사람들 앞에서는 막힙니다.”
— 말이 막힌다고 느끼는 분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말더듬(유창성장애)은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특히 아동의 경우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성인이라도 반복·연장·막힘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면 정식 평가를 먼저 받으시는 게 맞습니다.
이 글은 그 평가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다만 “말이 막힌다”고 느껴서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유창성 문제가 아니라 다른 지점에 걸려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막힌 게 아니라, 막힐 거라고 예측한 것입니다
수업을 마치신 분이 마지막 날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처음에 “말막힘이 있다”고 하셨던 분입니다.
돌아보니 발성에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고요. “이건 내가 발음하기 힘들 것 같다”는 단어들이 있었고, 그 단어 앞에서 미리 주저했다고 하셨습니다.
발성이 해결되자
그 예측이 사라졌습니다.
예측이 사라지니 주저함도 사라졌습니다. 그분에게 실제로 바뀐 것은 혀의 움직임이 아니라 그 단어를 만나기 전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과속방지턱은 대부분 가짜입니다
오래 수업을 해오신 분과 긴 문장을 읽을 때, 제가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읽기 전에 머릿속에 이런 생각들이 지나갑니다. “이거 안 될 것 같고, 저기서 떨어지니까 안 될 것 같고, 여기 또 안 될 것 같고.” 문장 안에 과속방지턱이 쭉 놓여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 방지턱이 가짜입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그냥 지나가도 됩니다. 실제로 지나가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진짜 턱이었습니다. 소리가 안 받쳐줄 때는 브레이크를 밟는 게 맞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연습했고, 몸이 그걸 기억합니다. 실력이 올라간 뒤에도 브레이크 습관만 남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그 예측을 합니다. 수업에서 “여기서 갈라지겠다” 하고 긴장하며 듣는데, 의외로 잘 넘어가시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이 많아지면 그게 신호입니다.
멈추는 이유는 두 가지이고, 처방이 반대입니다
여기가 중요합니다. 말을 멈추게 되는 이유가 두 가지인데, 많은 분이 둘 다 멈춤으로 대응합니다.
① 긴장이 이미 들어온 경우 — 소리 자체가 변질됐습니다. 이때는 멈추는 게 맞습니다. 그 상태로 계속 밀면 잘못된 것이 강화됩니다.
② 숨이 부족한 경우 — 소리는 맞는데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집니다. 이때는 끝까지 밀어야 합니다. 여기서 멈추면 “나는 못 한다”는 경험만 쌓입니다.
긴장이면 멈추고,
숨이면 밀어냅니다.
구별법은 소리의 질입니다. 소리가 조이거나 갈라지면 ①입니다. 소리는 그대로인데 작아지면 ②입니다. ②를 ①로 착각해서 멈추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잘못된 상태로 반복하면 그게 강화됩니다
“안 되면 될 때까지”는 여기서 통하지 않습니다. 긴장이 들어온 상태로 백 번 반복하면, 그 긴장이 백 번 강화됩니다.
연습을 안 해서 나빠지는 경우보다 열심히 해서 더 굳는 경우를 더 자주 봅니다. 열심히 하시는 분들에게 특히 그렇습니다. 연습량이 아니라 연습할 때의 상태가 결과를 정합니다.
그래서 안 되는 구간을 붙들고 반복하는 대신, 잘 나왔던 소리로 돌아가서 거기서부터 다시 늘려야 합니다.
가장 빠른 선생님은 내 성공 녹음입니다
수업에서 제 목소리를 따라 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수업이나 연습을 녹음해 두고, 소리가 잘 나왔던 구간을 찾아 그 부분만 따로 들으세요. 제 목소리가 아니라 본인 목소리로요. 그 구간만 편집해서 가지고 다니시면 더 좋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내 목소리는 내가 더 잘 기억합니다. 코치의 시범은 모방해야 하지만, 내가 냈던 소리는 몸에 감각이 남아 있어서 되찾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혼자 연습할 때의 순서 — 다섯 단계
세 번째 단계를 빼지 마세요. 이상하게 들리지만 긴장은 들어온 다음에 빼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들어오기 전에 한마디 거는 것이 효율이 좋습니다.
그리고 왔다갔다 하는 건 당연합니다. 목표는 안 흔들리는 게 아니라 흔들렸을 때 빠져나오는 법을 아는 것입니다. 이 다섯 단계가 그 빠져나오는 길입니다.
연휴가 지나면 거의 모두 돌아갑니다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명절이나 긴 연휴가 지나면 거의 모든 분이 예전 소리로 돌아옵니다. 저도 연휴 뒤 첫 수업은 긴장하면서 시작합니다.
오래 수업하신 분 중에 이걸 알고 연휴 직후를 피해서 수업을 잡은 분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스스로 회복시킨 뒤에 오신 겁니다. 실제로 잘 회복해서 오셨습니다.
돌아가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다만 돌아간다는 걸 알고 있으면 대비할 수 있습니다. 쉬고 나서 바로 중요한 자리에 서지 않는 것, 돌아올 시간을 미리 확보하는 것 — 그것도 연습의 일부입니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
“말이 막힌다”는 같은 말에 원인이 갈립니다.
① 유창성 문제인 경우 — 반복·연장·막힘이 분명합니다. 정식 평가가 먼저입니다.
② 특정 소리를 미리 피하는 경우 — 그 소리 앞에서만 주저합니다. 발성이 받쳐주면 사라집니다.
③ 숨이 부족한 경우 — 문장 후반에서만 멈춥니다. 호흡을 미는 연습입니다.
④ 생각 정리가 안 된 경우 — 소리는 멀쩡한데 말이 끊깁니다. 발성 훈련과 무관합니다.
②③은 소리의 문제이고, ①④는 다른 영역입니다. 그런데 넷 다 본인에게는 똑같이 “막힌다”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스스로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 분의 기록
목소리가 작아 대화조차 조심스러웠던 분이 있었습니다. 생각은 또렷한데 말이 시작되는 순간 성대가 흔들리고, 받침에서 소리가 끊어졌습니다. ㅂ·ㅅ·ㄱ 받침에서 호흡이 막혀 말이 뚝뚝 끊어졌습니다.
크게 말하려고 목에 힘을 주면 오히려 더 작고 갈라집니다. 발음 문제가 아니라 소리를 유지하는 힘의 문제였습니다. 하품 발성으로 받침을 익히고, 성대 진동을 끊지 않고 잇는 훈련을 했습니다.
6회차를 지나 변화가 왔습니다. “예전엔 말하면 힘들었는데 지금은 소리가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말을 더듬습니다. 기다리면 나아질까요?
아동의 유창성 문제는 시기가 중요합니다. 자연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기다리는 동안 회피 습관이 함께 자라면 나중에 더 복잡해집니다. 기다리기보다 평가를 먼저 받아보시는 쪽을 권합니다.
Q. 특정 단어만 피하면서 살면 안 될까요?
피하는 것 자체가 유지 장치가 됩니다. 피하면 그 단어가 안 된다는 믿음이 확인되고, 믿음이 강해지면 피할 단어가 늘어납니다. 피하는 목록이 늘고 있다면 그게 개입할 시점입니다.
Q. 연습할 땐 되는데 사람들 앞에서는 안 됩니다.
연습 소리와 실제 소리는 속도가 다릅니다. 천천히에서만 되는 소리는 아직 내 것이 아닙니다. 천천히 ↔ 빠르게를 오가는 연습을 넣어야 넘어옵니다. 그리고 연습이 끝나고 한 시간이면 예전 소리로 돌아갑니다. 다시 붙잡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것 자체가 유지의 시작입니다.
그렇다면 내 경우는 어떨까요
유창성 문제일 수도, 특정 소리를 미리 피하는 것일 수도, 숨이 부족한 것일 수도, 생각 정리가 안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네 경우의 다음 단계가 전부 다릅니다. 평가가 먼저인 경우도 있고, 소리만 받쳐주면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어느 쪽인지는 한 번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