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소리 내어 읽는데, 뒤로 갈수록 목이 조이고 소리가 납작해집니다.
앞부분은 분명 괜찮았는데 왜 끝에 가면 늘 같은 자리에서 무너질까요.
낭독이 늘지 않는 이유는 연습량이 아니라 **긴장이 쌓이는 구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긴장은 한 번의 사고가 아니라 잔고처럼 쌓입니다
뉴스 기사 한 문단을 낭독하던 수강생에게 제가 짚어드린 게 있습니다. 중간 어딘가에서 살짝 긴장이 들어갔는데, 그 뒤로 끝까지 회복이 안 되고 있었습니다.
“한 번씩 이완이 여기서 무조건 돼야 되요.”
앞 구절에서 살짝 긴장했는데, 다음 구절에서 완전히 풀리지 않고 반만 풀립니다. 그러면 그 다음 구절은 반쯤 긴장한 상태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거기서 또 조금 긴장하면요?
“여기까지 못 오시면 울리는 소리가 들어가긴 하는데, 이게 반 정도만 재정비가 되잖아요. 그 다음에 또 긴장하면 이쪽으로 더 많이 가버리는 거죠.”
이게 긴 글을 읽을 때 뒤로 갈수록 무너지는 이유입니다. 한 번 크게 틀려서가 아니라, 매 구절 조금씩 안 돌아온 만큼이 복리로 쌓여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처방은 “긴장하지 마세요”가 아닙니다.
“끝점을 딱 찍어 주시면, 그 다음에 긴장으로 가더라도 다시 이완 오기가 쉬워져요.”
이완은 유지하는 상태가 아니라 구절마다 찍는 점입니다. 매번 0으로 되돌려 놓으면, 다음 구절은 다시 0에서 출발합니다.
호흡은 사실 끊긴 적이 없습니다
낭독할 때 숨이 모자란 느낌이 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녹음을 들려드리면서 짚어보면, 대부분 숨이 모자란 게 아닙니다.
“호흡이 끊어질 땐 안 끊어지고 계속 가고 있거든요.”
“성대가 멈춘 적은 없는 거에요. 지금.”
끊기는 건 소리가 아니라 주의입니다. 글자를 한 음절씩 따로 인식하니까 소리도 토막 나 있다고 느끼는 것뿐입니다. 실제로는 한 호흡 안에서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낭독할 때 머릿속에 둘 생각은 ‘다음 글자’가 아니라 이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음—’에서 밀어내는 거다 생각하시면 되요. 그래서 공기 많이 쓰셔야 되는 거예요.”
낭독 연습 네 가지 순서
- 1높낮이는 일단 버립니다. 감정을 넣기 전에 전체를 같은 음으로 쭉 밀어서 읽습니다. “다 똑같은 발성 점”인지만 확인합니다.
- 2구절마다 끝점을 찍습니다. 쉼표나 어절 끝에서 힘을 완전히 0으로 되돌립니다. 반만 푸는 게 제일 위험합니다.
- 3호흡은 밀고 갑니다. 아낀다는 느낌이 아니라, 한 구절을 하나의 밀어내기로 처리합니다.
- 4다 되면 그때 음을 1%만 넣습니다. 감정은 마지막입니다. 1%를 넣었는데 소리 길이 달라지면 아직 1번이 안 된 겁니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
“낭독이 어색하다”는 같은 말이라도 원인은 갈립니다.
- 1긴장이 누적되는 경우 — 앞은 괜찮은데 뒤로 갈수록 조입니다. 구절마다 이완을 찍는 연습이 먼저입니다.
- 2감정부터 넣는 경우 — 잘 읽으려고 높낮이를 주다가 발성 자리가 매번 바뀝니다. 같은 음으로 미는 것부터 다시 합니다.
- 3발음을 또렷하게 하려는 경우 — 자음에 힘이 들어가 오히려 뭉개집니다. 또렷함은 모음이 만듭니다.
- 4목에 실제 변화가 있는 경우 — 2주 넘게 쉰 소리가 이어지면 이비인후과에서 성대 상태를 먼저 확인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뒤가 갈라지는 것보다, 앞에서 풀었느냐가 중요합니다
낭독 녹음을 들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갈라진 소리에 먼저 꽂힙니다. 그런데 제가 수업에서 더 자주 짚는 건 그 앞입니다.
“이거 뒤에 (소리가) 흔들리는 것보다도 — 이걸 하셨냐 안 하셨냐, 이게 더 중요한 거거든요.”
“‘니다’에서 갈라졌다 어쨌다, 그거 신경 쓰시기 시작하면 진짜 목표를 잊어버리시는 경향이 생기니까.”
혼자 연습할 때 무엇을 세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눈에 띄는 결함을 세면 계속 그 결함만 쫓게 되고, 정작 그걸 만든 앞 구절의 이완은 손도 못 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낭독 연습은 어떤 글로 하는 게 좋나요?
뉴스 기사가 좋습니다. 문장이 길고 감정을 넣을 여지가 적어서, 발성을 유지하는 연습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시나 수필은 감정이 먼저 들어가 버려서 초반 연습용으로는 어렵습니다.
Q. 하루에 얼마나 읽어야 하나요?
긴 시간보다 같은 지문을 반복하는 쪽이 낫습니다. 새 글을 매일 바꾸면 늘 처음 읽는 긴장도로만 연습하게 됩니다. 한 지문이 편해진 다음에 새 지문으로 넘어가세요.
Q. 녹음해서 들어보는 게 도움이 되나요?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들을 때 무엇을 들을지 정해놓고 들으셔야 합니다. 아무 기준 없이 들으면 어색한 부분만 눈에 띄고, 정작 잘된 구간을 못 찾습니다. 오늘은 ‘구절 끝에서 힘이 풀렸나’ 하나만 듣는 식으로요.
그렇다면 나는?
내 낭독이 어느 구절에서부터 힘이 쌓이기 시작하는지는 내 소리를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어디가 출발점인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