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소리를 매끄럽게 못 하겠어요.”
“문장 끝에 오면 목이 걸리는 느낌이에요.”
“첫마디는 괜찮은데 뒤로 갈수록 무너져요.”
— 수업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발성이 꽤 정리된 분들이 마지막까지 남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말끝입니다. 첫소리는 좋은데 서술어에 가면 소리가 잠깁니다. “잡다”, “써요”, “있습니다” 같은 대목에서 목이 걸립니다.
그래서 대부분 더 부드럽게 이어보려고 합니다. 끊기지 않게, 매끄럽게. 그런데 그렇게 할수록 더 잠깁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끝소리가 잠기는 진짜 이유
서술어는 호흡을 거의 다 쓴 다음에 오는 마지막 자리입니다. 남은 게 별로 없는 상태에서 앞과 매끄럽게 이으려고 하면, 부족한 만큼을 목 힘으로 메우게 됩니다. 그 순간 성대가 조이고 소리가 잠깁니다.
즉 잠김은 힘이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힘을 쓰게 만드는 목표 때문에 생깁니다. “어떻게 연결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몸은 힘을 주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연결하려는 목표가 힘을 만듭니다.
잠김은 그 힘의 결과입니다.
끊고, 새로 시작하고, 아주 미세하게 붙이세요
처방은 반대 방향입니다. 일단 끊으세요. 매끄럽게 잇는 연습이 아니라, 끊고 새로 시작하는 연습을 먼저 해야 합니다.
- 1끊는다 — 서술어 앞에서 한 번 분명히 끊습니다. 어색해도 괜찮습니다. 이 단계의 목표는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목 힘을 빼는 것입니다.
- 2새로 시작한다 — 끊은 자리에서 첫소리를 내듯 다시 시작합니다. 호흡이 새로 들어오니 목으로 메울 일이 없습니다.
- 3미세하게 붙인다 — 1번과 2번이 몸에 붙은 뒤에, 그 간격을 아주 작게 줄입니다. 듣는 사람에게는 이어진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나뉘어 있습니다.
많은 분이 3번을 목표로 삼고 1번을 건너뜁니다. 그러면 평생 잠깁니다. 순서를 지키셔야 합니다.
첫소리는 좋은데 두 번째부터 무너진다면
같은 뿌리의 다른 증상입니다. 시작은 아주 잘 하는데 두 번째 음절부터 조이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은 모릅니다. 소리를 유지하려는 마음이 조이는 쪽으로 손을 움직이게 합니다.
체크 포인트는 단순합니다. 두 음절 이상인 단어를 소리 내면서 둘째 음절에서 좁아지는지 넓어지는지만 느껴보세요. 좁아지고 있다면 방향이 거꾸로 간 겁니다. 유지가 아니라 이완 쪽으로 계속 가야 합니다.
속도도 방아쇠입니다. 빠르게 하면 발성이 자꾸 앞쪽으로 옵니다. 마음이 급하면 소리가 딱딱해집니다. 급할수록 천천히가 맞습니다.
음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공기가 줄어드는 겁니다
문장 끝에서 음을 내려야 할 때, 음을 “내리려고” 하면 목이 개입합니다. 그런데 사실 음이 떨어진다는 건 공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음을 조작하지 말고 공기를 천천히 줄이세요. 너무 빨리 떨어뜨리면 소리가 더 갈 데가 없어서 뚝 끊깁니다. 천천히 내려오면 끝까지 울림이 남습니다.
그리고 모든 자리에서 밀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밀 수 있는 자리가 있고, 밀면 잠기는 자리가 있습니다. 잠길 것 같으면 그 자리는 힘을 빼는 자리입니다. 이 구분이 생기면 말에 박자가 생깁니다.
또박또박 하려는 순간 발성이 바뀝니다
“굴러”, “올라”, “내려” 같은 ㄹ 연결에서 많이 무너집니다. ㄹ을 또박또박 내려고 하면 그 순간 발성 자체가 바뀝니다. 조음에 신경을 쓰느라 울림이 사라지는 겁니다.
대신 이렇게 생각하세요. 앞 음절부터 울려 올리고, 그 사이에 ㄹ이 얹혀 있다고. 따로 발음하는 소리가 아니라 두 음절 사이를 지나가는 소리입니다. 또렷하게 들리지 않아도 됩니다.
읽기보다 말하기를 먼저 하세요
마지막으로 순서 이야기입니다. 같은 내용을 읽게 하면 긴장이 올라가고, 말하게 하면 발성이 좋아집니다. 글자가 눈앞에 있으면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고, 그 압박이 그대로 목에 갑니다.
그래서 연습 순서를 바꾸는 게 좋습니다. 먼저 그림이나 상황을 보고 내 말로 설명하면서 울림을 잡고, 자신감이 붙은 다음에 같은 내용을 글로 읽으세요. 말할 때 나왔던 그 소리를 읽기에 옮겨오는 겁니다. 반대로 하면 긴장부터 배웁니다.
오늘 해볼 것
덧붙이면, 울림은 열어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울림을 열어두고 거기서 확장해 나가야지, 울림은 놔둔 채 다른 곳에서 소리를 만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끊어서 연습하면 말이 뚝뚝 끊겨 들리지 않나요?
연습 단계에서는 그렇게 들립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목 힘이 빠지는 감각을 먼저 몸에 넣는 단계라서 그렇습니다. 감각이 잡히면 간격을 줄이는 건 금방입니다. 순서를 반대로 하면 힘을 뺀 적이 한 번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Q. 말끝이 잠기는 게 성대 문제일 수도 있나요?
쉰 목소리가 오래가거나 통증·이물감이 함께 있다면 먼저 이비인후과에서 성대 상태를 확인하세요. 그런 증상 없이 연습할 때만, 특히 문장 끝에서만 잠긴다면 대부분 호흡 배분과 힘 쓰는 습관의 문제입니다.
Q. 두 번째 음절에서 조이는 걸 혼자 알 수 있나요?
손을 목에 가볍게 대고 두 음절 단어를 천천히 소리 내보세요. 둘째 음절에서 목이 단단해지면 조인 겁니다. 녹음해서 들으면 둘째 음절부터 소리가 얇아지는 것으로도 확인됩니다. 다만 혼자 하면 방향을 잘못 잡기 쉬워서, 한 번은 옆에서 듣고 짚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서라(ERUSEORA) 대표.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전 대구MBC 아나운서. 발음·발성·비유창성을 임상적으로 교정하며,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저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