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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성법을 먼저 배우는 진짜 이유 — 발음에 쓸 신경을 덜어내기 위해서입니다

발음을 고치러 왔는데 선생님이 계속 “아—” 소리만 시킵니다.

“이게 발음이랑 무슨 상관이지?” 싶으셨다면, 그 의문은 아주 정당합니다.

발성법을 먼저 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그대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말할 때 쓸 수 있는 신경은 한정돼 있습니다

두 번째 수업을 하던 수강생 한 분께, 제가 왜 발성부터 잡는지를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왜 발성 정확하게 하라고 하냐면, 공기길이 중요해서 그래요.”

“그 공기길을 계속 신경 쓰시면, 내가 여기 발음에 신경을 안 쓸 수 있어요. 근데 공기길을 신경 안 쓰시면 무조건 발음에 신경을 쓰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래요.”

발성법은 발음을 잘하기 위한 준비운동이 아닙니다. 말할 때 쓸 수 있는 주의력은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그 자리를 공기 흐름이 차지해 주어야 발음에서 손을 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음에 신경을 쓰면 어떻게 되는지는 거울 앞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렷하게 말하려고 할수록 입술이 앞으로 모이고, 앞니가 동원되고, 턱이 굳습니다. 그 힘이 들어가는 순간 소리는 오히려 탁해집니다.

음정장애·발성장애를 겪던 분의 변화

허스키한 목소리는 음색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 목소리 색깔”이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그냥 두고, 발음만 고치려고 하십니다. 그런데 수업 마지막에 제가 드린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소리가 먼저 명료해야 되요. 기본 모음이.”

“모음이 허스키 해 버리면 자음의 기준점도 약간 애매해지거든요.”

허스키한 소리의 진짜 문제는 듣기 좋고 나쁨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잘 냈는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허스키 버리면 내가 지금 어디까지가 좋은 소리인지에 대한 감이 약간 떨어져서 그래요.”

혼자 연습할 때 가장 필요한 건 선생님이 아니라 자기 채점 기준입니다. 모음이 맑아야 그 기준자가 생깁니다. 그래서 발성이 먼저입니다.

발성법 연습에서 실제로 신경 쓸 것 네 가지

  1. 1첫소리도 힘이 풀려 있어야 합니다. 처음에 자꾸 힘이 들어가고 싶지만, 푼 상태에서 쭉 연결합니다. 힘은 정확성의 재료가 아닙니다.
  2. 2움직이는 건 턱 하나입니다. 입술과 앞니는 참여시키지 않습니다. 대신 턱은 생각보다 조금 더 엽니다.
  3. 3입 모양은 도착점입니다. ‘우’를 낼 때 입술이 삐그덕거리며 모여 가면, 그 이동 과정이 소리에 섞입니다. 끝나는 자리를 기억해 두고 한 번에 갑니다.
  4. 4속도는 훈련이 아니라 측정입니다. 빠르게 해 보고 무너지면 그게 지금 실력입니다. 바로 천천히로 되돌립니다.
네 가지 모두 ‘더 하기’가 아니라 ‘덜 하기’입니다. 발성 연습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나운서 발성 — 뒤집히는 목소리 잡는 법

같은 증상, 다른 원인

“목소리가 탁하다”, “발성이 안 된다”는 같은 호소라도 시작점은 다릅니다.

  1. 1힘으로 밀어내는 경우 — 크게 내려고 목에 힘을 줍니다. 소리는 커지는데 금방 잠깁니다. 힘을 빼는 것부터입니다.
  2. 2공기를 아끼는 경우 — 반대로 숨을 너무 안 내보내서 성대가 제대로 붙지 않습니다. 소리가 가늘고 끊깁니다.
  3. 3울림 자리가 위로 뜬 경우 — 발성이 위쪽에서만 나서 ‘ㅎ’ 같은 바람 소리가 남습니다. 공기길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4. 4성대에 실제 변화가 있는 경우 — 결절이나 폴립처럼 조직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이비인후과에서 성대 상태를 먼저 확인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1~3번은 습관의 문제라 훈련으로 바뀝니다. 4번은 진료가 먼저이고, 수술이나 치료 후의 음성 재활이 그다음입니다.

지루한데, 그게 정상입니다

발성 연습은 솔직히 재미가 없습니다. 같은 모음을 반복하고, 긴장되면 혀를 풀고, 다시 처음부터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점을 숨기지 않고 먼저 말씀드립니다.

“되게 쓸데없어 보일 텐데 되게 중요해요.”

이 반복을 건너뛰고 단어와 문장부터 하면, 당장은 뭔가 하는 것 같지만 집에 가서 혼자 할 때 무엇을 고쳐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기준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발성법 연습은 하루에 얼마나 해야 하나요?
긴 시간보다 자주가 중요합니다. 한 번에 30분 몰아서 하는 것보다 5분씩 하루에 서너 번이 낫습니다. 발성은 근력 운동이 아니라 감각을 기억시키는 일이라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다시 불러오는 쪽이 효율적입니다.

Q. 복식호흡부터 배워야 하나요?
호흡을 먼저 완성하고 발성으로 넘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는 소리를 내면서 호흡이 같이 잡힙니다. 호흡만 몇 주 연습하다가 정작 소리를 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Q. 목이 쉰 지 오래됐는데 발성 연습을 해도 되나요?
2주 넘게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먼저 이비인후과에서 성대 상태를 확인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성대에 변화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라면, 쉰 소리를 만든 습관을 바꾸는 훈련이 바로 해결책이 됩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 소리가 지금 힘이 들어간 상태인지, 공기가 모자란 상태인지, 울림 자리가 뜬 상태인지는 직접 들어봐야 구분이 됩니다.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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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김설아 스피치 코치 · 이러서라 대표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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