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에 신경 쓰면 목소리가 이상해져요.”
“또박또박 읽으면 제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아요.”
“외래어만 나오면 갑자기 어색해져요.”
— 수업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수업에서 자주 쓰는 드릴이 있습니다. 마미무메모, 바비부베보, 사시수세소… 얼핏 보면 조음 연습 같지만 목적이 다릅니다. 여기서 보는 건 발음이 정확한지가 아니라, 자음이 바뀌어도 울림이 안 끊기는지입니다.
규칙은 하나입니다. 성대가 한 번 울렸으면 끝까지 유지. 마·미·무·메·모를 다섯 번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울림 위에서 입 모양만 바뀌는 겁니다.
자음은 울림을 끊는 장애물입니다
많은 분이 반대로 합니다. 발음을 정확히 하려고 자음마다 힘을 줍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성대가 한 번씩 멈춥니다. “사시수세소”를 또박또박 하면 다섯 번 끊기는 소리가 됩니다.
그래서 연습할 때는 이렇게 생각하세요. ㅅ을 거의 발음하지 않는다. ㅈ·ㅊ에서 혀에 힘을 주지 않는다. 자음을 지우고 나면 남는 게 발성인데, 그 발성이 끊기지 않는 것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자음은 그 다음에 얹어도 늦지 않습니다.
발음이 바뀌는 게 아니라
발음만 바뀌어야 합니다.
시작 소리가 전부를 결정합니다
첫 소리가 얇게 나가면 그 뒤가 전부 얇아집니다. “기” 하고 얇게 출발하면 소리가 성대 앞쪽으로 빠져나갑니다. 조금 더 두껍게, 오페라 가수가 소리를 내듯이 시작해보세요. 첫 음절 하나가 문장 전체의 경로를 정합니다.
연습할 때 음을 높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음이 올라가면 소리가 앞쪽으로 가기 쉽습니다. 낮은 음을 유지한 채로 하는 게 훨씬 어렵고, 그래서 훨씬 도움이 됩니다.
입을 여는 속도도 봅니다. 한꺼번에 확 벌리면 그 순간 소리가 얇아집니다. 천천히 벌리세요. 급하게 벌린 입은 공기압을 흘려보냅니다.
음은 내리는 게 아니라 내려가는 것입니다
문장 끝에서 음을 내려야 할 때, 음을 “내리려고” 하면 목에 힘이 들어갑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음이 떨어지는 중에 발음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음도는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호흡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결과이고, 발음은 그 위에 얹히는 것입니다. 이 순서만 바뀌어도 문장 끝이 훨씬 편해집니다.
합성어는 앞이 높고 뒤가 낮습니다
한국어 합성어에는 일정한 음도 패턴이 있습니다. 앞 단어가 높고 뒤 단어가 낮습니다. 잡곡밥, 가격표, 가계부 모두 그렇습니다. 이 패턴이 없으면 두 단어가 붙었다는 게 안 들려서 듣는 쪽이 한 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 1어디서 끊기는지 먼저 느낍니다. “가계약”인지 “가 계약”인지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구조를 모르면 음도를 붙일 수 없습니다.
- 2앞을 높이고 뒤를 낮춥니다. “학교폭력 / 근절대책”처럼 덩어리로 나눈 뒤 각 덩어리에 이 패턴을 적용합니다.
- 3길어지면 주인공이 생깁니다. “가격유지제도”는 *가격을 유지하는 제도*라는 뜻이니 “유지”의 음도가 올라갑니다. 뜻의 중심이 음도의 중심입니다.
외래어의 ㅅ은 ㅆ으로 발음합니다
의외로 많이들 모르는 규칙입니다. 한국어 표기법에는 외래어의 된소리는 소리가 그렇게 나더라도 예사소리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종이에는 전부 ㅅ으로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발음은 다릅니다. 적힌 대로 읽으면 어색합니다. “산타클로스”는 [산타클로쓰], “스트레스”는 [쓰트레쓰]에 가깝게 소리 납니다. 표기를 그대로 따라 읽어온 분들이 외래어에서만 유독 어색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러니 외래어가 나오면 한 번 더 확인하세요. 적힌 ㅅ을 그대로 읽고 있지는 않은지. 규정을 아는 것만으로 바로 교정되는 항목입니다.
오늘 해볼 것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하품 발성을 연습할 때 턱이나 어금니가 아프면 잘못 가고 있는 것입니다. 입을 벌려서 뻐근한 것과 통증은 다릅니다. 아프면 멈추고, 힘이 어디에 들어갔는지부터 확인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발음을 대충 하라는 말인가요?
연습 순서를 말하는 것입니다. 울림이 끊기지 않는 상태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발음을 얹습니다. 실제로 울림이 유지된 소리는 자음을 세게 내지 않아도 더 또렷하게 들립니다. 자음을 세게 내서 얻는 명료함은 목이 먼저 지칩니다.
Q. 억양이 남들과 다르다는 말을 듣습니다. 억양부터 고쳐야 하나요?
억양은 가장 오래된 습관이라 손대면 저항이 큽니다. 오히려 발성을 먼저 바꾸는 쪽이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발성은 새로 만드는 경로라 옛 습관의 간섭이 적고, 발성이 달라지면 전체 인상이 먼저 달라집니다. 억양은 그 뒤에 다뤄도 늦지 않습니다.
Q. 연습할 때 턱이 아픈데 계속해도 될까요?
안 됩니다. 하품 발성은 턱을 벌리는 연습이 아니라 목 안쪽 공간을 여는 연습입니다. 턱이나 어금니가 아프다면 힘이 엉뚱한 곳에 들어간 것이니 멈추고 풀어주세요. 통증이 반복되면 연습을 쉬고 상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이러서라(ERUSEORA) 대표.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전 대구MBC 아나운서. 발음·발성·비유창성을 임상적으로 교정하며,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저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