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힘 빼세요”라는 말을 듣고 더 굳어버렸다면

“힘 빼라고 해서 뺐는데 더 어색해졌어요.”

“지적받은 뒤로 그 부분만 오면 굳습니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말을 안 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잘 들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수업에서 이런 일이 종종 생깁니다. 제가 “여기 힘이 들어가요”라고 한 마디 했는데, 그 다음부터 소리가 더 나빠집니다.

학생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지적을 지키려다 그렇게 된 겁니다. 제가 말한 “힘”과 그분이 이해한 “힘”이 서로 다른 것이었으니까요.

같은 단어를 다르게 알아들었습니다

제가 “힘이 부족하다”고 할 때 뜻하는 건 이런 것입니다.

STEP 1
**음폭이 커진다** — 톤의 오르내림이 넓어집니다.
STEP 2
**호흡량이 늘어난다** — 한 번에 들어가는 공기가 두세 배가 됩니다.
STEP 3
**울림이 커진다** — 공기가 많이 가니 울림도 따라 커집니다.
STEP 4
**속도가 붙는다** — 생각보다 빨라집니다.

이 네 가지가 합쳐진 상태를 듣는 사람은 “생동감 있다”고 느낍니다. 저는 그걸 줄여서 “힘”, “에너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듣는 쪽에서는 이걸 “발음의 힘”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입과 혀에 힘을 줍니다. 또박또박 눌러 발음합니다. 흘러가야 할 자리를 끊습니다. 열심히 지켰는데 소리는 더 나빠집니다.

발음에는 힘을 주지 않습니다

원칙은 하나입니다. 에너지는 발성에서 나오고, 발음은 늘 힘이 빠져 있어야 합니다.

소리를 크고 또렷하게 만들고 싶을 때 대부분 입을 더 크게 벌리고 자음을 더 세게 냅니다. 방향이 반대입니다. 공기를 더 보내고 울림을 키우면, 발음은 오히려 힘이 빠지면서 또렷해집니다.

그래서 지적을 받았을 때 이렇게 물어보시면 좋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힘은 어디에 주는 힘인가요?” 그 한 마디가 몇 주를 아낍니다.

혼자 연습할 때는 더 위험합니다

옆에 확인해 줄 사람이 없으면 오해를 알아차릴 방법이 없습니다. 지적 하나를 잘못 붙잡고 몇 달을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점검할 기준이 필요합니다. 어떤 지시를 따르고 있는데 더 불편해지고 더 끊긴다면, 그건 잘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지시를 잘못 해석한 신호로 보셔야 합니다.

제대로 방향이 맞으면 편해지지, 힘들어지지 않습니다.

뉴스처럼 읽을 때 흔한 실수

딱딱한 원고를 읽을 때 무게를 만들려고 음절을 늘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합니다ㅡ”처럼요. 그런데 무게는 길이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박자에 딱딱 맞춰 끊는 쪽이 훨씬 무겁게 들립니다. 늘이면 늘어질 뿐입니다.

그리고 어미가 계속 반복되는 글일수록 어미만 따로 떼어 연습해 보세요. “있습니다 / 았습니다 / 없었습니다 / 의혹입니다 / 생각합니다” 를 내용 없이 느낌만 바꿔가며 읽어봅니다. 어미가 단조로우면 원고 전체가 단조로워집니다.

마지막으로, 정보를 전하는 글이라도 전달하려는 마음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읽는 소리와 말하는 소리는 듣는 쪽에서 바로 구분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힘 빼라”와 “에너지 있게”가 모순 아닌가요?
모순이 아닙니다. 빼야 할 힘은 성대와 입·혀의 긴장이고, 늘려야 할 에너지는 호흡량과 울림입니다. 위치가 다릅니다. 목을 조이지 않은 채로 공기를 더 보내는 것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키는 방법입니다.

Q. 지적을 받으면 그 부분만 오면 굳습니다.
흔한 반응입니다. 지적을 받을수록 그 자리를 미리 의식하게 되고, 소리가 나기 전에 몸이 먼저 긴장합니다. 그 자리에서 성공한 경험이 쌓여야 풀립니다. 될 때까지 그 부분만 아주 천천히, 아주 많이 반복하는 편이 빠릅니다.

Q. 어미를 다르게 읽으면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과장하라는 뜻이 아니라 전부 똑같이 처리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문장의 무게에 따라 어미의 길이와 높이가 조금씩 달라지면, 듣는 사람은 그걸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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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김설아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 · 전 대구MBC 아나운서

이러서라(ERUSEORA) 대표.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전 대구MBC 아나운서. 발음·발성·비유창성을 임상적으로 교정하며,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저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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