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연습했는데 목이 더 아파요.”
“중요한 단어를 살리려면 꼭 눌러야 할 것 같아요.”
“방송 톤으로 읽으면 금방 지칩니다.”
— 아나운서 발음·발성을 따로 배워본 분들이 하는 말입니다.
아나운서 발음·발성을 따로 배워본 분들에게서 자주 보는 패턴이 있습니다. 또박또박은 되는데 목이 더 쉽게 지친다는 것입니다.
수업에서 들어보면 원인이 분명합니다. 강조를 누르기 하나로만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단어가 올 때마다 호흡을 눌러서 표시합니다. 그러면 성조가 아니라 압력으로 의미를 전달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게 틀린 기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리가 약할 때는 눌러서 강조를 만드는 게 맞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배웠고, 몸이 그걸 기억합니다.
강조 수단은 네 가지입니다
강조에는 수단이 여러 개 있습니다. 하나만 쓰면 그 하나에 부담이 전부 실립니다.
① 누르기 — 호흡과 발음으로 압력을 줍니다.
② 음도 — 그 단어의 음을 올립니다.
③ 속도 — 그 부분을 느리게 또는 빠르게 지나갑니다.
④ 늘리기 — 모음이나 비음 받침의 길이를 씁니다.
누르기만 쓰면
목소리에 무리가 갑니다.
②③④는 성대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①만 쓰면 중요한 단어마다 성대가 세게 부딪힙니다. 문장 하나에 강조가 다섯 번 들어가면 다섯 번 눌립니다. 하루 종일 말하는 일이라면 쌓입니다.
표시하는 건 누르기가 아니라 이완입니다
수업에서 제가 하는 말은 이렇습니다. “지금 이게 음도가 아니라 이완을 계속 표시하고 있는 거예요.”
무슨 뜻이냐면 — 한 호흡 단위에서 울림은 한 번만 만들고, 나머지는 전부 이완 쪽으로 흘려보낸다는 것입니다. 첫소리에서 울림을 만들고 그 뒤는 점점 줄어드는 흐름 안에 둡니다.
그 흐름 안에서 중요한 단어는 올리거나, 늘리거나, 잠깐 느려지는 것으로 표시됩니다. 누를 필요가 없습니다. 흐름이 있으면 작은 변화도 또렷하게 들립니다.
반대로 모든 음절에 압력이 들어가 있으면 아무것도 강조되지 않습니다. 누를 것이 너무 많아지면 구별이 사라집니다.
“입을 정확히 벌려야 한다”는 생각도 누르게 만듭니다
또 하나 흔한 자리가 있습니다. 모음을 정확히 내려고 입 모양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입을 크게 정확하게 벌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면, 그 동작을 만드는 과정에서 목에 힘이 들어갑니다. 특히 ㅣ·ㅔ·ㅓ 계열에서 자주 생깁니다. 그리고 입을 너무 크게 벌리면 소리가 앞으로 새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느 단계가 되면 지시가 바뀝니다. “뭘 안 해도 된다.” 정확하게 시작해서, 내가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만 보면 됩니다.
낮은 음에서 특히 누르게 됩니다
누르기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음이 내려가는 지점입니다.
그네를 생각해보세요. 올라갔다가 그대로 내려옵니다. 정점에서 멈추지도 않고, 내려올 때 다시 밀지도 않습니다. 소리도 그렇게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음이 낮아지면 성대가 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듭니다. 그 상태는 앞쪽을 누르기에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공간이 줄었으니 힘을 줄 여지가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낮은 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합니다. 문장 끝이 유독 자주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확 떨어뜨리지 말고, 이완을 향해 가면서 음도도 그 안에서 조금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음이 안 들리는 문제의 해법은 모음입니다
발음이 뭉개진다는 지적을 받으면 자음을 더 세게 내려고 합니다. 반대로 갑니다.
자음·모음·자음·모음이 이어지는데, 모음의 울림이 있어야 자음이 정확하게 구분되어 들립니다. 모음이 울리지 않으면 자음끼리 붙어서 뭉칩니다. 세게 낼수록 더 뭉칩니다.
ㅅ·ㅈ·ㅊ 계열을 빠르게 반복해보면 바로 확인됩니다. 공기를 많이 보내면서 성대 조절을 놓치면 뭉칩니다. 스타카토로 끊어서, 모음을 중심에 두고 내야 또렷해집니다.
집에서 하는 확인 — 네 단계
네 번째가 판정입니다. 같은 분량을 읽고 목이 덜 피로하다면 방향이 맞습니다. 전달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느껴지실 수 있는데, 녹음을 들어보면 대개 반대입니다.
그리고 힘은 저절로 빠지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빼야 합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항상 들어갑니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
“말하면 목이 쉽게 지친다”는 같은 말에 원인이 갈립니다.
① 강조를 누르기로만 하는 경우 — 중요한 단어마다 성대가 부딪힙니다. 수단을 늘리면 해결됩니다.
② 입 모양을 만들다 힘이 들어가는 경우 — 모음에서 특히 생깁니다.
③ 음이 내려갈 때 누르는 경우 — 문장 끝이 반복적으로 무너집니다.
④ 성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 — 쉰 목소리나 통증이 2주 넘게 이어집니다.
①②③은 습관이고 ④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쉰 목소리가 2주 넘게 계속되거나 목에 통증이 있으면 이비인후과에서 성대 상태를 확인하세요. 구조의 문제가 있으면 발성 교정만으로는 바뀌지 않습니다. 진단 뒤에 남는 습관 교정과 음성 재활이 제 영역입니다.
잘 배운 기술도 어느 시점에는 빼야 합니다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누르기는 배울 때는 필요했던 기술입니다.
소리를 아예 못 내는 분에게는 제가 일부러 과장해서 모델링을 해드립니다. 그 과장이 없으면 감각 자체를 못 잡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리가 받쳐주게 된 다음에는 그 과장을 빼라고 합니다.
빼도 충분히 소리가 나오니까
눌러서 표현할 필요가 없습니다.
같은 항목인데 단계에 따라 처방이 반대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이렇게 배웠는데요”가 틀린 게 아닙니다.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졸업할 시점인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누르지 않으면 전달력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녹음해서 비교해보시면 대개 반대입니다. 모든 음절에 압력이 들어가 있으면 무엇이 중요한지 구별이 안 됩니다. 이완된 흐름 위에서는 작은 음도 변화도 선명하게 들립니다. 압력이 아니라 대비가 전달력을 만듭니다.
Q. 아나운서 발음 연습을 괜히 한 걸까요?
아닙니다. 또박또박 내는 훈련은 조음 기반을 만들어줍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강조를 압력으로 처리하는 습관이 붙을 수 있고, 그건 따로 걷어내야 합니다. 쌓은 것을 버리는 게 아니라 거기에 음도·속도·길이를 더하는 일입니다.
Q. 내가 누르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녹음해서 들을 때 중요한 단어가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이 있으면 누르고 있는 것입니다. 또 같은 분량을 읽고 목이 유독 피로하면 신호입니다. 본인 귀에는 머리뼈를 타고 오는 소리가 섞여서, 말하는 중에는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내 경우는 어떨까요
강조를 누르기로만 하고 있을 수도, 입 모양을 만들다 힘이 들어가는 것일 수도, 음이 내려갈 때 누르는 것일 수도, 성대를 먼저 봐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앞의 셋은 수단을 늘리면 그날 달라지고, 마지막 하나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내 강조가 몇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한 번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