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은 좋아졌다는데, 제 영상은 끝까지 안 봅니다.”
“또박또박 읽으려니까 더 지루해지는 것 같아요.”
“강조를 하려고 하면 전부 다 세지네요.”
정확하게 읽는 법을 배웠다면, 이제 다르게 읽는 법이 남았습니다.
발성과 발음이 자리를 잡으면 다음 벽이 옵니다. 소리는 정확한데 사람들이 끝까지 듣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지점에서 더 정확하게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방향이 다릅니다. 정확한 발성만으로는 사람의 집중을 붙잡지 못합니다.
긴 말을 끌고 갈 때 필요한 건 정확함이 아니라 다채로움입니다.
첫 번째 — 강조는 단어가 아니라 구에 겁니다
“완벽하게 속이려면”이라는 문장에서, “완벽하게”에만 힘을 실으면 뒤가 죽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단어마다 힘이 들어가면 강조가 다 같아져서 결국 아무것도 강조되지 않습니다.
강조는 한 단어에 몰아넣는 게 아니라 구 전체에 펼치는 것입니다. “완벽하게”가 아니라 “완벽하게 속이려면” 전체가 한 덩어리입니다.
두 번째 — 강조점은 문장 구조가 정합니다
어디를 강조할지는 취향이 아니라 문장이 알려줍니다.
그리고 에너지는 계속 쓰는 게 아닙니다. 앞에서 속도를 내고 에너지를 썼다면, 그 다음 문장은 빼고 편안하게 갑니다. 대비가 있어야 강조가 강조로 들립니다.
참고로 음을 아래로 떨어뜨리기 어려운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땐 억지로 내리지 말고 다른 쪽을 올려서 대비를 만들면 됩니다. 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게 낫습니다.
세 번째 — 한 문장을 “말”로 꺾습니다
가장 효과가 확실한 장치입니다. 낭독 톤으로 쭉 끌고 오다가, 딱 한 문장을 갑자기 말하는 느낌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어? 뭐야, 나한테 진짜 말하는 거야?” — 듣는 사람이 이 느낌을 받는 순간 집중이 돌아옵니다.
발성을 유지하며 에너지를 가득 채워 읽다가, 한 문장에서 힘을 풀고 눈앞의 사람에게 말하듯 바꿉니다. 그 낙차가 집중을 되살립니다.
사실 전달의 가장 기본은 이것입니다. 읽는 느낌이 아니라 말하는 느낌.
정박을 익혔다면, 이제 재즈입니다
악기를 배우는 과정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딩 딩 딩 딩” 정박밖에 못 칩니다. 그런데 계속하다 보면 같은 음으로 리듬을 흔들 수 있게 됩니다. 재즈가 되는 겁니다.
말도 똑같습니다. 정박에 정확한 소리를 내는 법을 배웠다면, 다음은 그것이 호흡에 따라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느껴보는 단계입니다.
같은 문장을 속도를 바꿔서도 읽어보고, 표현을 달리해서도 읽어봅니다. 지금 못하는 게 아니라 다음 칸에 온 것입니다.
익숙한 원고에서는 새 표현이 안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늘 읽던 글로 연습하면 늘 하던 톤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 느낌에 갇힙니다.
낯선 글을 하나 가져와서 거기서 새 느낌을 찾은 다음, 원래 글로 돌아가 보세요. 그때 훨씬 선명하게 잡힙니다.
그리고 읽고 나면 반드시 복기하세요. 여기서는 딱 잡았고, 여기서는 에너지를 넣었고, 여기와 여기를 대비시켰고 — 어떻게 읽었는지를 기억하는 것까지가 연습입니다.
전 대구MBC 아나운서. 연세대 언어병리학 석사.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