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건 많은데 말하다 보면 딴 얘기가 됩니다.”
“길게 말했는데 면접관 표정이 시큰둥해요.”
“어려운 질문은 아예 소재가 안 떠오릅니다.”
좋은 답과 맞는 답은 다릅니다.
면접 준비를 열심히 한 분들이 오히려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준비한 이야기가 많다 보니, 질문을 듣고 그중 하나를 꺼내서 길게 말합니다.
내용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듣는 사람은 이렇게 느낍니다. “내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닌데.”
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
내 질문에 답을 했다는 느낌이 드는가. 답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면접관이 답변을 평가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대단한 이야기인지가 아니라 자기가 물은 것에 답이 돌아왔는지입니다.
그래서 연습할 때도 이 기준으로 점검하면 됩니다. 녹음해서 들어보고, 질문과 답만 떼어놓고 보세요. 답이 질문을 향하고 있나요?
질문 문장에서 핵심어를 찾으세요
“지원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의 핵심어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답은 그 말에만 대응해야 합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하나를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왜 그런지를 붙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준비해 온 다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경험, 지원 동기, 포부가 한꺼번에 나옵니다. 그러면 질문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길이. 길게 말한다고 잘 말한 게 아닙니다. 늘어지면 듣는 쪽에서는 웅얼거림으로 들립니다. 핵심 위주로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말할 때도 같습니다. 문장 전체를 고르게 밀지 말고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에만 살짝 힘을 넣으세요. 전부 힘주면 아무것도 강조되지 않습니다.
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마세요
지원 분야 이름을 답변마다 반복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단어로 채우면 성의 있어 보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용이 비어 보입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대신 구체적인 장면을 넣으세요. 언제, 무엇을 하다가, 어떻게 했는지. 장면 하나가 그 단어 열 번보다 강합니다.
어려운 질문은 거꾸로 접근하세요
“가장 어려웠던 경험을 말해보세요.”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한 경험이 있나요?” — 이런 질문에서 아무것도 안 떠오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을 먼저 떠올리면 해결하지 못한 기억이 먼저 올라옵니다. 그러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상황을 먼저 떠올리고, 그때 무엇을 했는지는 나중에 붙이세요.
설득 경험이라면 이렇게 갑니다. 먼저 의견이 갈렸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그 다음에 그때 어떻게 했는지 봅니다. 가위바위보로 정했는지, 목소리 큰 사람을 따랐는지, 아니면 좋은 점을 부각해서 설득했는지.
거창한 해결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때 내가 실제로 한 행동이면 충분합니다.
평범한 경험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누구나 겪는 일을 말해도 괜찮습니다. 차이를 만드는 건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그때의 느낌이 들어갔는지입니다.
무엇을 했는지만 말하면 기록이 됩니다.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무엇이 걱정됐는지, 하고 나서 무엇을 느꼈는지가 들어가면 그 사람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결국은 — 입 밖으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머릿속으로 정리한 답변은 실제로 나오지 않습니다.
이건 해봐야 합니다. 안 하면 안 나옵니다.
소리 내어 말해본 답변만 면접장에서 나옵니다. 몇 번 준비했느냐가 아니라 몇 번 말해봤느냐가 그날을 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답을 짧게 하면 성의 없어 보이지 않을까요?
짧은 것과 부실한 것은 다릅니다. 질문에 정확히 답하고 근거 하나를 붙이면 충분합니다. 오히려 길게 늘어질 때 준비가 덜 된 것처럼 보입니다.
Q. 준비한 이야기를 못 쓰면 아깝지 않나요?
그 질문에서 안 쓰였을 뿐 사라지지 않습니다. 준비는 질문마다 꺼낼 카드를 갖는 것이지, 모든 답에 다 넣는 게 아닙니다. 맞는 자리에서 꺼내면 훨씬 강하게 들립니다.
Q. 실제로 해결하지 못한 경험도 말해도 되나요?
말해도 됩니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무엇을 시도했는지입니다. 오늘 안 됐으면 내일 다시 해보기로 했다든가, 다음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 뒀다든가 — 그것도 충분한 답입니다.
이러서라(ERUSEORA) 대표. 언어재활사(언어병리학 석사)·전 대구MBC 아나운서. 발음·발성·비유창성을 임상적으로 교정하며, 아이돌·성우·배우들이 찾는 스피치 코치로 3,000명 이상을 코칭했습니다. 저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