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안경”을 “아경”처럼, “나방”을 “나바”처럼 말합니다.
“받침 똑바로 해봐” 하고 백 번을 말해도 그대로입니다.
받침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내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안 가고 멈추는** 것입니다.
받침이 ‘없는’ 게 아니라 ‘짧은’ 것입니다
ㄴ, ㅁ, ㅇ 같은 받침은 코로 소리가 빠져나가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소리를 내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못 기다리고 다음 글자로 넘어갑니다.
수업에서 제가 자주 짚는 장면이 이겁니다.
“‘안—’ 이렇게 해줘야 되는데, 거기까지 안 쓰고 — ‘안.’ 이렇게 멈추잖아요.”
“이 ㄴ 자체가 코 쪽으로 충분히 안 가요. 걔를 충분히 안 쓰거든요.”
혀 위치는 맞습니다. 지속 시간이 모자란 것입니다. 그래서 “똑바로 해봐”는 안 통합니다. 아이는 이미 똑바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바꿔야 할 말은 이것입니다.
“‘나방’ — 이응까지 소리내 줘야 돼. 방금 전에는 이응이 없었어.”
‘정확히’가 아니라 ‘끝까지’입니다.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지시가 됩니다.
받침 다음에 오는 소리가 진짜 문제입니다
받침 하나만 놓고 보면 그럭저럭 되는데, 뒤에 ㄱ·ㄷ·ㅂ 같은 소리가 붙으면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두”가 “바두”가 되고, “면도”가 안 됩니다.
앞 받침에서 코로 올려보낸 공기가 끝나기 전에 입을 닫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줘야 되는데 얘를 안 쓴 거야. 그러면 여기 공기가 안 올라갔겠지.”
“우리는 공기를 보내줘야 돼.”
아이에게는 혀를 어디에 대라고 하지 않습니다. “코로 올려”라고 합니다. 혀 위치는 눈에 안 보이지만, 코로 바람이 가는 느낌은 아이도 압니다.
“글자는 변신한다”를 먼저 알려주세요
한글을 뗀 아이일수록 쓰인 대로 읽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어는 쓰인 대로 소리 나지 않습니다. 이걸 규칙으로 가르치면 외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쓰여 있는 걸 우리가 모든 걸 다 읽지 않아요. 쓰여 있는 게 자꾸만 변하고 변신한다고 생각해 줘야 돼.”
예를 들어 ‘진돗개’는 ‘진돋깨’로 소리 납니다. 아이에게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여기 (받침) 이런 느낌이 있는 애는, 그 뒤에 기역이랑 만나서 합체를 해. 그러면서 쌍기역으로 변하는 거야.”
‘합체’라는 한 단어면 충분합니다. 규칙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고, 다른 단어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아이가 스스로 알아챕니다.
집에서 해볼 수 있는 네 가지
- 1아이가 이미 낼 수 있는 소리에서 출발합니다. 새 소리를 처음부터 가르치지 말고, 아는 단어에서 하나를 빼거나 더해서 만듭니다. (“‘선’ 할 때 거기서 ㄴ만 빼면 ‘써’”)
- 2문장틀은 고정하고 단어만 바꿉니다. “짜장면 맛있어요 / 짬뽕 맛이 없어요”처럼 뒤는 그대로 두고 앞만 갈아 끼웁니다. 매번 새로 긴장하지 않습니다.
- 3어려운 건 어렵다고 먼저 말해줍니다. “이거 엄청 어렵겠다, 그렇지?” 한마디가 아이의 부담을 크게 낮춥니다.
- 4같은 단어를 반복합니다. 매일 새 단어로 바꾸면 늘 처음 보는 긴장도로만 연습하게 됩니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
“아이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같은 걱정이라도 원인은 다릅니다.
- 1받침을 내다 마는 경우 — 위치는 맞는데 지속 시간이 짧습니다. 가장 흔하고, 연습으로 바뀝니다.
- 2변신 규칙을 모르는 경우 — 쓰인 대로 읽으려고 해서 어색합니다. ‘합체’처럼 쉬운 비유로 풀립니다.
- 3아직 그 소리를 낼 나이가 아닌 경우 — 소리마다 자리 잡는 시기가 다릅니다. 기다려야 하는 소리도 있습니다.
- 4구강 구조나 청력에 원인이 있는 경우 — 중이염이 잦거나 구강 구조가 의심되면 병원에서 먼저 확인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몇 살까지 기다려봐도 되나요?
소리마다 다릅니다. ㅁ·ㄴ·ㅂ 같은 소리는 일찍 자리 잡고, ㅅ·ㅈ·ㄹ은 늦게까지 걸립니다. 다만 또래가 알아듣지 못할 정도이거나, 아이 본인이 말하기를 피하기 시작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한 번 짚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Q. 집에서 자꾸 고쳐주면 역효과인가요?
“틀렸어, 다시”는 역효과입니다. 대신 아이가 낸 소리 옆에 바른 소리를 한 번 놓아주는 방식이 좋습니다. “아경? 아, 안—경!” 처럼요. 아이에게 다시 시키지 않아도 들려주는 것만으로 쌓입니다.
Q. 진도가 느려도 계속해야 하나요?
네. 지금 당장 교정되지 않더라도 들려준 것은 남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그 소리를 쓸 수 있게 됐을 때, 이미 들어본 소리와 처음 듣는 소리는 다릅니다. 눈앞의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받침을 내다 마는 것인지, 변신 규칙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시기가 안 된 것인지는 아이 소리를 들어봐야 구분이 됩니다.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