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이 좀 뭉개진다”는 말을 듣고 발음교정학원을 검색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어디를 봐도 비슷한 말만 적혀 있어서, 뭘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모르겠으셨을 거예요.
오늘은 ‘어디가 좋은가’ 대신,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가**를 보는 기준 하나를 드리려고 합니다.
혀 위치를 외웠는데 발음은 그대로였던 이유
발음을 고쳐보려고 자료를 찾아본 분들은 대부분 같은 그림을 보셨을 겁니다. 입 안을 옆에서 자른 단면도에, 시옷은 여기, 지읒은 여기, 치경·경구개 하고 점이 찍혀 있는 그림이요.
그 그림을 열심히 외우고 혀를 그 자리에 대려고 애써 보셨을 텐데, 소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보통 이렇게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내가 연습을 덜 했구나.”
그런데 연습량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 쓰는 대상이 처음부터 다른 곳이었을 수 있습니다.
최근 두 번째 수업을 진행한 수강생 한 분도 같은 자료를 보신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첫 수업에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거를 신경 안 쓰시는 게 좋아요. 그냥 닿는 점이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혀 앞쪽에서 닿는 소리, 혀 뒤쪽에서 닿는 소리, 그리고 입술. 거의 다 같은 자리에서 납니다. 스무 개가 넘는 점을 외우는 대신 세 덩어리로 줄이면, 남는 신경을 다른 데 쓸 수 있게 됩니다.
신경은 총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두 번째 수업에서 그 수강생이 “왜 발음을 보러 왔는데 계속 발성만 하느냐”고 물으실 법한 타이밍이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유를 그대로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왜 발성 정확하게 하라고 하냐면, 공기길이 중요해서 그래요.”
“그 공기길을 계속 신경 쓰시면, 내가 여기 발음에 신경을 안 쓸 수 있어요. 근데 공기길을 신경 안 쓰시면 무조건 발음에 신경을 쓰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래요.”
여기가 핵심입니다. 발성을 먼저 잡는 건 발음을 잘하기 위한 준비운동이 아닙니다. 말할 때 쓸 수 있는 주의력은 한정돼 있는데, 그 자리를 공기 흐름이 차지해 주어야 발음에서 손을 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음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입술과 앞니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 힘이 들어가는 순간 소리는 오히려 뭉개집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
“발음이 뭉개진다”는 같은 말이지만, 원인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발음교정학원을 알아보실 때 내 경우가 어디에 가까운지부터 보시면 훨씬 덜 헤매게 됩니다.
- 1모음이 흐린 경우 — 자음을 아무리 정확히 해도 기준이 안 잡힙니다. 소리의 바탕부터 손봐야 합니다.
- 2속도가 습관인 경우 — 천천히 하면 되는데 말만 시작하면 원래 속도로 돌아갑니다. 속도 조절 자체가 훈련 대상입니다.
- 3힘으로 해결하려는 경우 — 또렷하게 하려고 입술·앞니·목에 힘을 줍니다. 노력의 방향이 반대입니다.
- 4구조적 원인이 있는 경우 — 치아·구강 구조나 성대에 실제 변화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병원에서 상태를 먼저 확인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그래서 어떤 곳을 고르면 좋을까요
광고 문구나 수강생 수보다 먼저 보셔야 할 건 상담에서 무엇을 묻는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과정이 지루하다는 걸 미리 말해 주는 곳이면 좋습니다. 저는 수업 끝에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이 답답한 걸 굉장히 열심히 해 주시면 되요. 되게 쓸데없어 보일 텐데 되게 중요해요.”
기본 모음 하나를 반복하는 연습은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건너뛰고 단어부터 하면, 잘 됐는지 스스로 판단할 기준이 생기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발음교정학원은 몇 개월 정도 다녀야 하나요?
원인에 따라 다릅니다.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경우라면 몇 주 안에도 체감이 오지만, 소리의 바탕부터 다시 잡아야 하는 경우라면 더 걸립니다. 다만 2주 정도 해 보면 방향이 맞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2주를 해도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면, 방법이 나와 안 맞는 것일 수 있습니다.
Q. 혀가 짧아서 발음이 안 되는 건 아닐까요?
혀 길이 때문인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대부분은 혀를 쓰는 방식과 힘의 분배 문제입니다. 다만 구강 구조에 실제 변화가 의심된다면 병원에서 먼저 확인하신 뒤에 훈련을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온라인 수업으로도 발음 교정이 되나요?
됩니다. 오히려 화면으로 입 모양과 턱 움직임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유리한 부분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대면이냐 비대면이냐가 아니라, 내 소리를 듣고 지금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주는 사람이 있느냐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 발음이 혀 위치 문제인지, 소리의 바탕 문제인지, 아니면 오래된 속도 습관인지는 내 목소리를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학원을 고르기 전에 그것부터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
대구MBC 아나운서 출신. 연세대학교 대학원 언어병리학 석사. 국가공인 언어재활사이자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 정회원입니다. 3,000명 이상을 코칭했고, 저서로 『하루 10분, 말막힘이 사라지는 이러서라의 발성 루틴』, 『배우들이 배우는 시크릿 발음 비법서』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경험과 언어병리학을 바탕으로 발음·발성·말막힘을 분석합니다. ‘말 잘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기보다, 사람마다 말이 달라지는 이유를 듣고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에서 코칭을 시작합니다.